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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촌스러우면 좀 어때?

입력
2015.10.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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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잘 안 마시는 편이다. 가끔 댕기면 뜨거운 물에 커피 믹스를 부어 막대 봉지로 후루룩 저어 마신다. 딱히 편리해서가 아니라 그 맛에 중독된 거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커피알갱이와 드리퍼를 누가 선물해주기도 했지만 찬장 한 구석에 처넣고는 쥐가 먹는지 돈벌레가 먹는지 모르게 방치한 지 오래다. 선물해준 이에겐 미안하지만, 영 손이 안 가고 입맛도 동하지 않는다. 비단 커피뿐 아니라, 그런 식으로 몸에 붙어버린 게 한두 가지 아니다. 청바지는 꼭 다리에 끼어야 하고 뒷머리는 맨살 드러나게 미는 법이 없으며 한여름에도 반팔 티는 웬만하면 안 입으려 하는 것 등등. 건강에 안 좋고 남 보기에 어떻고 하는 충고들은 귓등에도 못 미쳐 말한 이만 머쓱하게 만들어버리는 데에도 도가 텄다. 악습일 수도 똥고집일 수도 있다. 때론, 스스로가 싫증나 고쳐볼까 싶을 때도 있지만, 마음이 뿌리부터 솔깃해지진 않는다. 습관의 편안함일 수도 안주의 안락함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직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시거나 깔끔하게 다림질한 면바지를 걸쳐 입은 내 모습은 잘 상상하기 힘들다. 그게 나고, 그게 나의 나쁜 점이고, 그게 또 나의 좋은 점이라 여긴다. 촌스러운 입맛이라 가끔 핀잔도 듣지만, 촌스럽지 않으려 발악하듯 입맛을 바꾸는 것도 촌스러움 못잖은 경망이라 여긴다. 아직, 조금 더 촌스러워도 될 것 같다. 마음도 몸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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