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나무 박람회 성황리 개최
'지붕없는 대숲' 죽녹원 일대서 행사
식품·대나무섬유 등 활용 가치 소개… 대형 홀로그램 뮤지컬 뱀부쇼 볼 만
군, 죽녹원 국가정원 지정 추진하고 2044년까지 규모 1만㏊ 넓히기로
"신산업 활성화·생태도시 알릴 것"
전남 담양은 죽향(竹鄕)이다. 대밭이 있는 곳에 마을이 있고 마을이 있는 곳엔 어김없이 대밭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담양이라는 지명은 1018년 처음 사용됐는데 고려 때부터 매년 죽취일을 정해 마을 사람들이 대나무를 심고 주민화합을 다졌다. 담양 대나무의 역사가 1,000년에 이른 셈이다.
담양의 대나무 재배면적은 2,420㏊로 우리나라 전체 대밭의 34%를 차지한다. 대나무는 한 때 ‘살아있는 황금’이라는 뜻에서‘생금(生金)나무’ 라고 불리었다. 1960~70년대 죽공예품 생산으로 수익성이 대단히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담양에는 300년 역사를 지닌 죽물시장이 있었다. 담양산 죽제품의 전국 유통을 위해 담양천 둔치에서 장이 섰다. 1980년대 들어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들어온 값싼 수입산과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다 문을 닫았고, 현재는 대나무를 사고파는 청죽시장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죽물시장 자리에는 국수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 관광객들에게 옛 장터국수의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한 때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던 대나무가 최근 다양한 친환경 제품과 치유의 숲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나무는 2000년대에 들어 불기 시작한 참살이 열풍에 힘입어 식품과 의약, 건축 및 인테리어 소재, 관광자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담양군이 미래 전략산업으로 대나무신산업을 선택한 이유다. 담양에서는 그동안 댓잎을 활용한 차와 음료, 한과, 국수, 댓잎커피 등의 수많은 제품을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나무는 뿌리부터 댓잎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신이 담양에 준 선물’”이라며 “대나무신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나무 고을 담양의 옛 명성을 되찾아 줄 대나무신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행사도 열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개막한‘2015담양 세계 대나무 박람회’는 담양 대나무산업의 부활을 선언하는 장이다.
‘대숲에서 찾은 녹색미래’를 주제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대나무박람회는 대한민국 대표 대숲인 죽녹원 일대가 행사장이다. 대나무라는 단일 주제로 열리는 박람회도 이채롭지만 지붕없는 대숲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 박람회 개막 20여일만인 1일 관람객 39만명을 돌파했다.
주제체험구역인 죽녹원(183,352㎡)은 연간 관람객이 150만명에 달할 정도로 명소다. 이 곳에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선비의 길 ▦사랑이 변치않는길 등 산책로가 조성돼 오감을 통해 대나무의 효능을 체험할 수 있다. 죽녹원 생태관에는 이 고장 출신으로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주제전시관에서는 죽세공예품을 비롯해 첨단바이오산업과 식품 섬유, 건축, 조경분야까지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대나무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대나무 생태ㆍ문화관에서는 대나무의 탄생과 성장, 제품 등이 실물과 사진, 영상 등으로 표현됐다. 대나무가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를 현장에 있는 것처럼 들을 수 있고 대나무의 생태ㆍ문화적 가치와 죽세공예 작품, 대나무섬유로 만든 한복, 자전거, 악기, 대나무주택 등도 만날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등 세계 14개국의 대나무 작품 등도 선보인다. 대나무 체험장에서는 댓잎소시지, 댓잎초콜릿, 죽순피자 만들기와 공예품 만들기, 음악치유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특히 대나무 전래 설화를 초대형 홀로그램 영상에 맞춰 실제 배우들이 무대에 나와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되는 대나무쇼(뱀부쇼)는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볼만한 공연이다.
대나무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국제적인 학술행사도 열렸다. 세계대나무기구가 3~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대나무총회가 지난달 17일부터 5일간 담양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세계 40여개국 300여명의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참석해 70여건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대나무산업의 발전방향 등을 논의했다. 21일 폐막식에서는‘지구를 위한 대나무’를 주제로 대나무의 환경적, 산업적 가치와 필요성을 세계에 알리는‘담양 선언문’발표했다. 미셸 아바디 세계대나무협회 회장은 박람회 개막식에서 “담양을 세계 대나무의 새로운 수도로 선언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격려했다.
담양군은 대나무신산업 육성과 세계 대나무산업의 수도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 국가중요농업유산인 ‘담양 대나무밭’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와 죽녹원의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고 2044년까지 1만㏊ 규모의 대나무밭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군은 국가농업유산 4호인 담양읍 삼다리 일대 36㏊가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대나무밭의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은 물론 담양 대나무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관광객 유치에도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나무자원연구소를 통해 대나무자전거와 댓잎숙성국수, 댓잎소금, 댓잎커피 등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현재 대나무자전거의 대중화를 위해 싼 가격에 구입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탈 수 있는 미니밸로의 시험 제작을 마친 상태다. 대나무숲의 항균력을 이용한 한봉(토종벌) 활용도 실험도 진행 중이다.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전멸하다시피 한 한봉을 대나무숲에서 사육할 경우 벌들의 생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담양대나무박람회가 1,822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805억원의 부가가치를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담양군은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대나무신산업을 활성화하고 생태도시로서 이미지 개선은 물론 관광과 투자유치 등에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대나무는 지구 기후변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건축, 의료,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미래 자원”이라며 “대나무박람회가 생태도시 담양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담양=김종구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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