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코리아그랜드세일 행사가 1일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이번 코리아그랜드세일에 대형유통업체 2만6,000여곳과 업체별로 최대 50~70%의 할인을 홍보하며 소비 진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마땅히 살 만한 물건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구호만 요란하게 내세운 결과 소비자들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고가의 가전제품들은 대부분 할인 대상에서 빠진데다, 나머지 품목들도 일반 가을 세일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로, 대대적 연말 할인 시즌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세일 때문에 소비심리가 호전돼 업체들의 장부상 '적자(Red)가 흑자(Black)로 바뀐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온·오프라인 쇼핑몰은 각종 할인 프로모션(판매촉진 행사)을 열어 크리스마스 선물 구매 고객을 유혹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평소 가격의 절반 이하 전자제품이 쏟아져나온다.
실제로 2013년 국내 제조사의 60·65인치 TV 등이 미국 현지 블랙프라이데이에 최대 60% 이상 싸게 팔리면서, '해외직구(직접구매) 붐'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과 큰 차이가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가 IT(정보통신) 제품이나 명품류의 경우 할인 대상이 아니다"며 "명품은 시즌 클리어런스(재고 정리) 개념으로 여름과 겨울에만 세일을 한다. 미국의 경우는 11월말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되니 명품 참여가 가능하다. 또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가전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표 가전 유통채널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도 "아직 블랙프라이데이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정부, 제조업체 등과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가격대가 그나마 높은 제품은 아웃도어·골프용품 등의 이월제품 정도가 전부이다.
깎인 금액 자체가 커 '할인 체감도'가 높은 고가 제품은 이처럼 찾기 힘든 반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대상에 포함된 품목 대부분은 식품을 포함한 생필품류이다.
가령 롯데마트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2주동안 3천여개의 제품을 할인 판매한다. 정상가가 1만2천원인 영천 별빛촌 머루포도(5㎏·1박스)를 20% 싼 9천600원(롯데·신한·KB국민카드 결제)에, 웰팜 진심한돈 1등급 삼겹살·목심(100g씩·냉장·국내산)을 20% 할인(엘포인트 고객 대상)한 1천760원에, 무항생제 계란(30개·국내산)도 30% 싼(엘포인트 고객 대상) 3천980원에 선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마트들의 할인 품목 수와 할인 폭은 평소 일상적으로 각 마트가 진행하는 전단지 할인 행사 등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또 롯데백화점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본점 9층 행사장에서 구두·핸드백·주방용품·아웃도어 등 80여개 브랜드의 150억원어치 제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가을 정기세일에서도 점포별로 아웃도어·잡화·여성 브랜드 가을 외투 등을 30%에서 최대 70%까지 싸게 판매한 바 있다. 통상적 정기 세일과 '코리아 그랜드 세일' 또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이번 세일 기간 일반 브랜드의 할인율은 10∼30%로, 지난해 가을 세일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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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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