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약한 악당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고아원의 어린 아이들을 납치해 노동을 착취하는 못된 어른이다.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47)이 8일 개봉하는 영화 ‘팬’에서 인간 세상과 멀리 떨어진 네버랜드를 장악한 해적 ‘검은 수염’으로 등장해 피터팬(리바이 밀러)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1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팬’ 기자간담회에서 휴 잭맨은 “대머리 악당으로 그간 어느 영화보다 외모가 많이 변했다”며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본 어른들의 변덕스러운 부분을 표현한 해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흔쾌히 출연했다”고 밝혔다.
말 그대로 휴 잭맨은 외모부터 악역으로 확실히 변신했다. 머리카락을 삭발한 채 가발을 쓰고, 검은 수염이 있는 핏기 없는 핼쑥한 얼굴로 등장해 인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악랄한 면모를 드러냈다. 근육질 몸매로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던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휴 잭맨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삭발한 모습은 가족들조차 혼란스러워 하더군요. 딸 아이는 와서 안기려 하지도 않았거든요. 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해서 딸과 디즈니랜드도 다녀왔습니다.”
휴 잭맨은 올 초 영화 ‘채피’에서 무기 개발자 빈센트로 출연해 먼저 악역 연기를 펼친 바 있다. ‘엑스맨’ 시리즈나 ‘레미제라블’(2012), ‘리얼스틸’(2011)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행보다. 그는 같은 호주 출신 배우 니콜 키드먼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평소 좋아하고 역량 있는 감독과 같이 일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그녀의 말에 자신도 악역을 마다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는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등을 연출했던 영국 출신 감독 조 라이트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피터팬’의 프리퀄(본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로 피터팬의 출생과 젊은 후크와의 우정 등을 풀어내며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각색됐다. 원작에서 후크에게 배를 모는 법을 알려줬다는 단 한 줄만 나오는 검은 수염을 악당으로 끄집어 낸 점도 흥미롭다.
대표적인 친한(親韓) 배우로 알려진 휴 잭맨은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한국에서 생활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와 전통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딸 아이가 한복을 입고 학교에 갈 정도”라며 “키우는 개가 수컷인데 치마 저고리로 한복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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