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보다 집유 가능성 10%P 높아
법원이 유독 재벌 총수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만 관대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는 일반인의 ‘법감정’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게 통계로 입증됐다. 재벌 중에서도 규모가 큰 재벌일수록 이 같은 ‘감형효과’를 더 많이 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일 내놓은 ‘왜 법원은 재벌(범죄)에 관대한가’라는 연구보고서에서 “2000~2007년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 범죄자를 분석한 결과 사법시스템의 강한 재벌 편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 부연구위원은 기업인 범죄자 252명(재벌 140명, 비재벌 112명)의 판결문을 입수해 형량, 양형이유, 변호인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업인의 25% 정도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나머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이 총수 일가 또는 재벌 소속 전문 경영인인 경우 비재벌 피고인에 비해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약 10%포인트 정도 낮았고,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 역시 약 27%포인트나 낮았다.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재벌 피고인의 복역 기간은 비재벌 피고인에 비해 평균 19개월 짧았다.
같은 재벌이라도 10대 재벌 안에 들면 이런 후광효과를 더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 부연구위원은 “10대 재벌에 속한 피고인이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은 비재벌 피고인보다 11.1%포인트 높지만, 10대 재벌 소속이 아니라면 그 집행유예 확률이 8.6%포인트만 올라간다”고 분석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법원이 대기업 경영자에게 실형을 선고할 경우 경제에 줄 부담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대마불사’(too big to fail)에 빗대 ‘대마불옥’(too big to jail)이라 꼬집었다. 그는 또 “범죄가 대기업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의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에, 한국 법원은 소수 주주나 외부 투자자 입장에 서기보다는 그룹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여 위법성 정도를 판단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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