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 다룬 '아단성' 서울 공략
서울의 비싼 대관료 때문에 충청도 산골로 낙향한 대학로 연극인들이 향토색짙은 작품으로 서울 공략에 나선다.
1일 충북 단양군에 따르면 지난 4월 단양군 영춘면으로 귀촌한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오는 12월 중 서울에서 새 연극 아단성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금ㆍ토요일 이틀 동안 공연하기로 하고 현재 장소를 물색 중이다.
연극 아단성은 고구려 온달장군과 평강공주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중간 중간에 전쟁 장면 등을 배치해 실험적이면서 퍼포먼스가 강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작품의 소재인 온달 이야기는 사실 단양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다. 만종리가 소재한 영춘면 남한강변에는 온달산성(사적 제 264호)이 있다. 온달장군이 신라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고, 여기서 싸우다 화살에 맞아 선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온달산성의 옛 이름이 아단성이다. 인근에는 온달이 무예를 쌓았다고 전해지는 온달동굴도 있다.
극단측은 가장 향토적인 작품으로 서울 연극시장을 공략하기로 마음먹고 첫 작품 소재로 단양을 대표하는 온달이야기를 삼았다.
총 50여명이 출연하는 이 작품엔 연극 문외한인 지역주민 20여명이 함께 한다. 주부 자영업자 공무원 등이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단원과 주민들은 8월말께부터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 만종리 주민들은 밤낮없이 연습에 매달리는 출연진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줬다.
만종리 대학로극장은 서울 공연에 앞서 단양온달문화축제 기간인 3일과 4일 각각 단양문화예술회관과 온달관광지에서 지역민들에게 먼저 아단성을 선보일 참이다.
대학로극장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난 봄 28년 역사의 서울 대학로극장 문을 닫고 만종리로 둥지를 옮겼다. 숲 속에 공연장을 만들었고 마을에서 마련해 준 빈집과 마을회관을 거처로 삼았다. 이름도 만종리 대학로극장으로 변경했다. 단원들은 낮에는 농부로, 밤에는 연극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극단측은 극장을 재개관하는 것을 기념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지난 7월 축하연을 열고 노인과 바다를 공연했다. 이어 다녀왔습니다 이별의 말도 없이등의 작품을 잇따라 산골마을 무대에 올렸다.
단원들은 공연 연습 중에도 농사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콩과 배추를 심어 수확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3.3㎡당 1,000원을 주고 빌린 6,600㎡에 우리밀을 심을 계획이다. 수확하면 우리밀 피자를 만들어 팔기로 했다.
장재진 만종리 대학로극장 대표는 “농사지으며 연극하는 새로운 문화실험이 실패하지 않았음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아단성의 반응이 괜찮으면 전국 순회 공연과 장기 공연도 추진해보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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