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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엔과 한국: 인류애를 향한 동반자

입력
2015.10.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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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1948년 유엔의 축복 속에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의 유엔 가입은 냉전시대의 진영 간 대립으로 인해 그로부터 43년 후인 1991년에야 이루어졌다. 당시 주유엔 옵서버 대표부에서 유엔 가입 문제를 담당했던 필자는 가입 당시의 감동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후 24년이 지난 2015년,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 행사에 대통령을 수행해 참석하면서 필자는 한국의 외교가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으며, 우리가 국제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하는 주요 행위자로 부상했음을 절감했다.

이번 총회 기간 중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외교 사상 유례 없이 활발한 일정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개발정상회의를 비롯하여 새마을운동, 교육, 평화유지활동, 기후변화 등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개발계획(UNDP), 유네스코 등이 주최한 7개의 정상급 회의를 주재하거나 핵심 연사로 참석하고 이와 별도로 많은 양자회담까지 소화했다. 한국의 역량과 경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우리가 참여한 개발, 교육, 새마을운동, 평화유지활동, 기후변화 등에 관한 정상회의들은 바로 지난 수십 년 간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남다른 기여를 해온 분야라는 점에서 참석국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선 새마을운동 고위급 행사와 글로벌교육 우선구상 회의에서 개발도상국 정상급 인사들은 농촌 개발과 교육 분야에 있어 우리의 노하우를 자국의 개발 전략으로 벤치마킹하고자 큰 열의를 보였다. 평화유지활동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추가적인 평화유지군 파견 발표는 분단의 아픔을 딛고 한반도, 동북아를 넘어 전세계의 평화 유지에 앞장서고자 하는 평화애호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는 12월 파리 기후변화 총회를 앞두고 박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정상급 오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부담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는 금번 유엔 총회 참석 정상들의 연설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문구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이 이번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인류애를 향한 영원한 동반자, 유엔과 한국’이라는 주제 하에 인간을 중심에 둔 대유엔 정책을 설명하고 인간 존엄 증진을 위한 유엔의 노력에 한국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우리의 유엔 외교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범세계적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한국이 적극 기여하는 것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우리 국력에 상응하는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통일이 유엔의 이상과 가치를 구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과 통일 한반도가 핵무기 없는 세상의 출발점이 될 것임을 역설하여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이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지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박 대통령 일정이 끝난 후 필자도 기후변화, 난민 등을 주제로 한 고위급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전세계 20여개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는데 한국에 대한 높은 기대와 수요를 보여준 것이었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자신만의 성공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데 적극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은 전환기를 맞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희망의 등불을 다시 켜기 위한 유엔의 여정에 한국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필자에게는 통일된 한국이‘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유엔의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유엔 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치는 꿈을 다시 그리게 되는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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