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SK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투수 조조 레이예스는 부진으로 방출했고, 로스 울프는 개인 사정으로 중도 이탈했다. 항명 파동으로 코치진과 마찰을 일으켜 팀을 떠난 타자 루크 스캇도 있었다.
올해 '용병 농사' 또한 초반만하더라도 실패 조짐을 보였다.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는 7월1일 kt전에서 타구에 맞는 불운으로 짐을 쌌고, 타자 앤드류 브라운은 득점권 상황에서 자꾸 위축됐다. 투수 메릴 켈리는 손목 부상 여파로 6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7.92로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프로야구에서 용병 3명이 100% 역할을 해주지 못한 탓에 SK의 시즌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다.
인고의 시간을 견딘 SK는 시즌 막판 '달콤한 열매'를 수확한 기분이 들었다. 켈리는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10승 투수가 됐다. 구위가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낮은 코스로 다양한 공을 뿌릴 줄 안다. 팀 내 선발 중 가장 믿을 만한 투수로 인정 받았다. 정규시즌 선발 등판을 모두 마친 그의 성적은 29경기 10승10패 평균자책점 4.20. 소화 이닝은 178이닝으로 팀 내 최다다.
켈리가 잘 던질 때 타선이 엇박자 나고, 등판 예정일에 유독 잦은 비가 내리는 등 불운이 있었지만 묵묵히 마운드를 지켰다. 구단 평가도 좋다. 재계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올해 총액 35만달러의 낮은 몸값을 감안, 인상액을 책정할 때도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다.
팔 골절로 팀을 떠난 밴와트의 대체 선수로 7월9일 SK에 합류한 크리스 세든은 성공적인 국내 유턴파 사례를 남겼다. 복귀 초반 5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11.78로 '미운 오리'라는 혹평까지 들었지만 2군에서 조정기를 거친 후 '백조'로 거듭났다. 2군에서 복귀한 8월18일 18일 KIA전 5⅔이닝 2실점, 23일 NC전 6이닝 3실점(2자책), 28일 LG전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다. 팀의 5강 운명이 달린 9월에는 6경기에서 무려 5승을 따냈다. 세든이 거둔 시즌 7승은 한화 로저스(6승)보다 많다.
세든의 막판 눈부신 호투는 구단을 장고에 빠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렴한 연봉(중도 계약 당시 15만달러)과 켈리를 잘 이끌며 팀에 융화되는 모습 등을 볼 때 재계약 전선은 '맑음'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브라운은 가장 입지가 불안하다.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 어디든 소화하는 희생과 28홈런을 친 파워는 인정받을 만하지만 클러치 능력이 아쉽다. 30일 현재 주자 없을 때 타율은 0.296, 득점권 타율은 0.234로 격차가 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만루만 되면 기가 막히게 친다. 만루 시 성적은 타율 0.462(13타수 6안타) 2홈런 20타점. SK에 잔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브라운은 앞으로 남은 매 경기가 '서바이벌 무대'다. 특히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면 그 때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켈리(왼쪽부터)-세든-브라운.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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