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사과 한번 안 해본 스타가 있을까. 한 순간의 말실수나 작은 행동 하나로도 스타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의 잣대는 더 엄격하다. 심지어 인성 좋기로 소문난 '국민 MC' 유재석도 '사과의 아이콘'이라 할 정도로 고개 숙이는 일이 잦다. 자신이 맡은 방송에 대한 문제는 1차적인 책임이 없어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을 진정시킨다.
사과와 자숙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다. 유재석처럼 일이 터질 때마다 즉각 행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별다른 대응 없이 시간의 해결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스타의 성향, 기획사의 전략에 따라 사과 유형에는 분명한 차이가 난다. 위기에 몰린 스타들이 택한 사과의 기술을 5가지 유형으로 나눠 살펴봤다.
1. 시원하게 해명하는 '정면돌파'형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 과정을 명확히 밝히는 유형이다. 일본 대부업 회사의 광고 모델 섭외에 응했던 배우 고소영은 논란이 일자 신속한 대처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즉각 해당 회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공식 사과문을 띄웠다. 고소영은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제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이미 해당 회사에 모델 계약 해지 의사를 전했고 회사도 이러한 저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해 원만히 계약이 해지되었다"고 사건 수습과정을 설명했다.
폭행설, 불륜설, 잠적설 등 온갖 루머에 시달리던 가수 나훈아는 2008년 기자회견을 열고 소문의 진상을 밝혔다. 논란에 대한 사과보다는 자신의 억울함을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격양된 어조로 해명을 이어갔다. 야쿠자로부터 신체의 일부가 훼손됐다는 의혹에 대해 밝힐 때는 탁자 위에 올라가 허리띠를 풀어 보여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어 그는 "제가 5분 동안 바지를 내리면 믿으시겠나?"라며 분통을 터뜨려 기자회견 역대 명장면을 뽑아냈다.
2. 내 잘못이 아니다 '안면철판형'
최근 중국 동방 위성TV '여신의 패션'에서 배우 윤은혜가 선보인 의상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디자이너가 제기한 의혹에 윤은혜 측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디자인이 흡사할 뿐 표절이 아니다. 윤은혜의 이름을 브랜드 홍보에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내놨다. 이후 윤은혜는 의혹이 풀리기도 전 자신의 SNS에 "사실 한 번 1등 했는데 내가 늘 1등 한 것처럼 간주하네요. 감사합니다. 헤헤"라며 장난 섞인 글을 올려 눈총을 받았다.
가수 예원은 '이태임 욕설 논란' 당시 피해자 입장에서 한 순간 거짓말쟁이가 됐다. 앞서 배우 이태임이 "예원이 먼저 반말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예원 측은 "주변의 스태프들도 있었는데 반말은 말도 안 된다"고 이를 전면 부인했다. 결국 이태임이 사과하는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당시 욕설 영상이 온라인 상으로 퍼지면서 여론이 뒤집혔다. 영상 속에는 예원이 초면인 선배 이태임에게 반말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후 예원은 자필편지로 대중과 이태임에게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자숙에 들어간 이태임과 달리 예원은 끝내 자숙 없이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3. 모든 비난 뒤로 하고 …'군대도피형'
사고 친 스타의 군 입대가 자숙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를 두고는 아직도 말이 많다. 군대를 도피처로 이용한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여론을 진정시키고 제대 후 활동하기 용이해 스타들이 자숙과 동시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
가수 강인은 2009년 폭행 혐의를 받던 중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까지 일으켰다. 그는 "(폭행 사건의) 죄책감으로 인한 괴로움과 상실감을 잊으려던 것이 오히려 불미스러운 일로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이후 군에 입대한 그는 2012년 제대 후 슈퍼주니어로 컴백했다.
여자친구 폭행 논란으로 궁지에 몰린 가수 김현중은 진실 공방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지난 5월 입대했다. 이 외에도 마약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배우 주지훈과 '세월호 조롱 사진'으로 비난 받은 모델 허재혁 등이 논란 이후 군 입대를 택했다.
4. 시간이 약? 침묵으로 해결하는 '나몰라라형'
여론이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가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다. 암페타민을 밀반입한 2NE1 박봄은 이례적으로 입건유예 처분을 받아 특혜 시비가 일기도 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양현석은 해명자료를 발표했지만 반박 주장에 대응하지 않은 채 사태가 마무리돼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박봄은 직접 공식석상에서 사과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채 공연 활동을 이어갔다. 빅뱅의 지드래곤 역시 비슷한 경우다. 그는 2011년 7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후 별다른 자숙기간 없이 예정된 광고 촬영을 진행했다.
엑소의 루한, 크리스, 타오 등은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그룹을 탈퇴했다. 국내 팬들의 실망이 컸지만 이들은 별다른 공식 사과를 전하지 않은 채 중국 활동을 강행했다. 특히 타오는 중국에서 발매한 자신의 앨범에 "나는 시간을 낭비했고, 인생은 지나간 과거를 되돌릴 수 없어"라는 가사로 엑소 활동을 후회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5. 눈물로 어필하는 '감정호소형'
배우 이미숙은 2012년 전 소속사 측이 제기한 17세 연하남과의 불륜설 때문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는 전 소속사 및 대표이사, 기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서 그는 "저는 피고들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여배우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어머니, 여자로서의 삶이 모두 파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3월 상습도박 의혹에 휘말렸던 가수 태진아는 기자회견장에서 "억울하다"며 수차례 눈물을 보였다. 카지노 지배인의 전화 증언을 듣던 중에는 발을 동동 구르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태진아는 "지난 2월 내 생일을 기념해 떠난 가족여행에서 재미 삼아 카지노를 찾았다"고 억대 도박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이유야 어찌 됐든 물의를 일으킨 점 다시 한번 사과 드리고 다시는 카지노 쪽으로는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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