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어디로 이끌지 낙관과 비관이 교차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등이 말하는 ‘특이점(singularity)’은 기하급수적인 기술 발전이 마침내 우리의 삶과 의미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꿔버리는 시점이다. 그게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 속단하기 어렵다. 철학자 이정우는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 때문에 새로운 위험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인간의 운명”(기술과 운명)이라고 했다.
▦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기술 발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낙관주의자다. 그가 말하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는 기술혁신에 따라 도래하는 인류의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이다. 19세기 초에 출현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선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협력적 공유사회란 ‘재화와 서비스가 무료에 가까워지고, 모두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소비할 수 있는 사회’이다.
▦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협력적 공유사회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핵심 운용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게 리프킨의 주장이다. 그는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된 한계비용 제로 사회(안진환 옮김, 민음사)에서 그 원리를 설명했다. 자본주의체제에서 기업들의 경쟁적인 기술혁신 결과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며 결국 한계비용을 토대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존립 근거가 사라지고, 협력적 공유사회로 이행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자체 모순에 의해 소멸되고 공산주의가 도래한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주장과는 또 다른 인류사회 미래 비전이다.
▦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로 이끄는 핵심은 ‘사물인터넷(The Internet of Things, IoT)’이라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 인터넷과 에너지 인터넷, 물류ㆍ운송인터넷을 결합한 이 혁명적 시스템이 제3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사물인터넷과 3D프린팅 기술이 결합하면 수많은 제품과 에너지를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생산하고 공유하는 게 가능하다.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주장한 자본주의 불평등과는 전혀 다른 전망이다. 누구 주장이 맞는지 판별하기 어렵지만 인류가 전혀 새로운 단계의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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