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30일 러시아가 IS(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공습을 개시한 것과 관련, “공습이 가해진 지역이 아마도 IS세력들이 있는 장소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시리아에서 이날 개시된 러시아의 공습 목표가 IS가 소유한 기지와 차량, 창고 등이라는 러시아 국방부 측의 주장을 사실상 반박하는 것이다.
이틀 전 유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3개 유엔 회원국 대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조연설을 통해 시리아 해법을 놓고 정면 충돌한 데 이은 양국의 ‘기싸움’으로 풀이된다.
카터 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이날 행동이 시리아 내전사태에 대한 접근방식이 지닌 문제점 중의 하나라면서 시리아 내 러시아의 행동은 “실패할 운명에 처할 오류”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국방부 관리들에게 러시아 측 상대를 만나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 시리아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며칠 내 대화가 열리게 되면 매우 건설적인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러시아의 공습 개시에 대해 “미국은 IS나 알카에다 분파들과 싸우기 위한 어떠한 진지한 노력도 지지한다”며 조건부 지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아사드 정권’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또 “러시아의 최근 또는 현재 진행 중인 행동들이 이들 조직을 격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반영한다면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IS와의 싸움과 아사드에 대한 지지를 혼동해서는 안 되며 혼동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이날 시리아 주둔 러시아 공군이 공습을 개시해, 시리아 내전에의 개입을 본격화한 이래 나온 첫 미국의 입장 표명이다.
이어 케리 장관은 “IS는 알 아사드가 시리아의 대통령으로 남아있는 한 절대 격퇴되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IS와 알카에다 분파들의 작전을 벌이지 않는 곳을 타격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 종류의 타격은 러시아가 IS와 싸우려는 것인지,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등 진짜 의도를 의심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러시아가 IS격퇴전을 지원하기 위해 공습에 나섰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는 다른 반군 기지들을 공습함으로써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측면지원할 것이라는 서방의 우려를 반영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아사드 독재정권의 축출을 시도하는 서방은 러시아의 반군 기지 공습이 아사드 정권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해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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