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부장·지점장 등 50여명 대표실 방문 서비스선택제 유보요구
차기 대표 내정돼 '한지붕 두살림'… 주 대표 레임덕 가속 전망
그룹 "6개월 남은 임기 보장" 불구, 사퇴 유도나 공동대표 체체設 나와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이 주진형 대표의 ‘개혁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한화그룹이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주 대표의 후임을 일찌감치 내정하며 사실상 퇴진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내부 구성원의 집단 반발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주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리는 형국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 본사 리테일본부의 지역사업부장 및 지점장 50여명은 이날 오전 대표실을 항의 방문해 다음달 5일 실시할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를 유보해달라고 요구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5일 “고객 불편을 초래하고 고객과 영업사업의 연쇄이탈로 향후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제도 시행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이들은 회사 측이 추석 연휴 기간에 직원 이메일 계정을 막는 등 성명서 사내 유포를 차단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내부 전산망에서도 본사 팀장급 30여명과 다수의 프라이빗뱅커(PB)가 지지성명을 냈다. 일부 직원은 주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선택제 도입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주 대표는 이날 지점장 등이 참석하는 사내 공청회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내분의 발단이 된 서비스 선택제는 고객의 주식매매 위탁계좌를 영업점과 연계한 ‘상담계좌’와 온라인거래 중심의 ‘비상담계좌(다이렉트계좌)’로 나누는 것이 골자다. 비상담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겐 주식투자 상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되 기존 거래금액 대비 정률제가 아닌 주문체결 건수에 비례한 정액제를 적용해 건전거래를 유도하는 한편,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영업직원 실적으로 잡는 관행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서비스 선택제가 “거의 2년에 걸쳐 하나씩 준비해 시장에 내놓는 것”이라며 “온라인 거래는 (정률제 수수료 체계로 인해) 고액주문 고객이 내주는 돈으로 소액주문 고객들이 초단타에 몰두하는 ‘화상경마장’이 됐다”며 도입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선 지점 및 영업직을 중심으로 고객 이탈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우려를 들어 서비스 선택제 도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변동환 재경2사업부장은 “주 대표가 자신의 기준에 따라 소중한 우리의 영업 터전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열린 전국지점장회의에서도 주 대표가 제도 강행 의사를 밝히자 일부 지점장들이 연판장을 돌리며 반발하고 본사 리테일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 대표의 ‘레임덕’이 급속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한화투자증권 이사회가 여승주 한화그룹 부사장을 사실상 차기 대표로 지명하면서 회사는 ‘한 지붕 두 살림’으로 갈리는 형국이다. 한화그룹은 공식적으로 “주 대표의 임기(내년 3월말)를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안팎에선 주 대표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거나 다음달 5일 열릴 한화투자증권 주주총회에서 여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업 및 리서치 부문의 급격한 인력 이탈에 직면한 회사가 이들의 불만을 달래는 과정에서 주 대표가 진행해온 혁신 조치의 상당 부분이 그의 퇴진 후 백지화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한화그룹은 기존 증권사 관행을 뒤엎는 주 대표의 파격적 행보에 불편함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화와 삼성이 계열사 인수합병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맺은 상황에서 지난 7월 한화투자증권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고, 8월에는 주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깎아서 청년 고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장을 언급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억지”라고 공개 비판한 것이 그룹이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 대표는 최근에도 페이스북에 "개혁의 결과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고, 그 판단은 고객이 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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