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곳에 이동식 장비 배치키로
합동참모본부가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에 설치한 고정식 대북확성기를 가동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민들이 북한의 조준타격 위협에 불안하다며 옮겨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한 데 따른 조치(본보 9월 2일자 2면)로 전방지역에 설치한 대북확성기 가운데 가동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군 관계자는 30일 “교동도의 대북확성기는 민가와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어쩔 수 없이 앞으로 틀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기존 확성기와 수 킬로미터 떨어진 외진 곳에 이동식 확성기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합참은 비용문제로 인해 기존 확성기를 철거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현재 교동도에는 합참 민군작전부 심리전과 직속으로 확성기 운용인력 10여명이 배치돼 있다.
합참이 새로 설치할 이동식 확성기는 북한군의 관측에 노출되지 않는 장소에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동도는 북한 황해남도 연안군과 불과 2㎞ 떨어져 있지만 확성기 배치 장소는 지형적으로 가려져 있어 북한군이 정확한 배치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합참은 유사시를 대비해 이미 교동도에 이동식 확성기를 옮겨 놓은 상태다. 아날로그 방식인 기존 확성기는 방송반경이 20㎞ 이내인데 반해 신형 확성기는 디지털 방식으로 30㎞ 이북 지역까지 방송내용이 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이번 조치가 확성기를 철거하라는 북한의 위협과는 관련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참 관계자는 “성능이 더 좋은 확성기를 교동도에 배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북 대비태세가 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합의한 ‘비정상적 사태’를 북한이 초래할 경우 김정은 체제가 꺼려하는 대북 심리전을 훨씬 강력하게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8월 26일 교동도 주민 100여명은 대북확성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에 국방부는 이르면 1일 교동도 주민들에게 확성기 가동을 중단한다는 회신을 보낼 예정이다. 주민들이 이 같은 결정을 수용할지 주목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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