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한화 KIA 기사회생

벼랑 끝 한화 KIA 기사회생

벼랑 끝에 몰린 한화와 KIA가 일단 한숨을 돌렸다.

6위 한화는 30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특급 외인’ 에밀 로저스(30)의 호투와 타선 폭발로 18-6 대승을 거뒀다. 18점은 올 시즌 한화의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로저스는 7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2볼넷 1탈삼진 3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로저스가 등판하는 날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타자들의 방망이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한화는 2회 2사 만루에서 신성현의 1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5득점해 단숨에 기선을 제압했다. 5-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는 신성현이 삼성 선발 클로이드의 초구를 공략해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면서 일찌감치 승부의 균형을 깼다.

한화와 승차 없는 7위를 달리고 있는 KIA도 이날 롯데를 13-1로 대파했다. KIA는 2-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가던 3회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주찬이 솔로포를 터트리며 도망갔고, 이어 필이 중전 안타를 때려내고 출루하자 이범호가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아치를 그리면서 5-0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날 5위 SK도 인천 LG전에서 8-1로 승리해 여전히 한화, KIA와 2경기 승차를 유지해 5위 경쟁은 SK가 유리하다. SK가 1승을 보태면서 한화와 KIA의 트래직 넘버(탈락이 결정되는 패배의 숫자)는 각각 2, 3으로 줄었다. 매직 넘버와 반대 개념인 트래직 넘버는 상위 팀이 남은 경기에서 전패를 했을 때 하위 팀의 탈락이 결정되는 경우의 숫자다. 한화가 남은 3경기에서 2패를 당하면 SK가 전패를 하더라도 5위에 올라갈 수 없고, KIA는 남은 5경기에서 3패를 하게 되면 5위가 좌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실상 1경기라도 지면 5강 다툼에서 탈락인 한화와 KIA로서는 이날 나란히 승리하면서 5위 가능성을 일단 이어가게 된 것이다. 반면 KIA에 패한 롯데는 남아 있던 트래직 넘버 2개가 한꺼번에 소멸돼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한편 잠실에서는 NC가 두산을 17-5로 꺾고 1위 삼성과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여 정규시즌 우승 팀의 향배도 끝까지 알 수 없게 됐다. 프로야구 사상 첫 40홈런-40도루에 도전하고 있는 NC 테임즈는 이날 39번째 도루와 46번째 홈런을 추가해 40-40까지 도루 1개만을 남겨뒀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대전=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