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내한 공연 에센바흐 "한국 팬 음악적 지식에 열정 갖춰"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3번 직접 연주하며 지휘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75)는 유년시절 말(言)을 잃었다. 어머니는 그를 낳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나치에 의해 전쟁에 끌려가 그가 4살 때 전사했다. 6살 때는 할머니마저 난민수용소에서 잃고 실어증에 시달렸다. 이모이자 양어머니가 끈질기게 피아노를 쳐주며 용기를 북돋웠다. 이런 그에게 “음악은 구세주였다”고 그는 고백했다. 에센바흐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아프고 힘들었지만, 음악을 처음 듣는 순간 나도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피아노를 통해 말문을 튼 그는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음악에 몰입했고,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ㆍ휴스턴 심포니ㆍ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거쳐 2010년부터 미국 내셔널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고령에도 여전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주하고 젊은 음악가를 발굴해 소개한다. 6개 국어로 된 그의 홈페이지는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는 “한국인을 매우 사랑한다. 음악적 지식뿐만 아니라 열정도 가진 특별한 팬이기 때문에 한국어 서비스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7년 소프라노 조수미, 2009년 파리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았던 그가 6년 만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빈 필)를 이끌고 온다. 173년 전통의 빈 필은 상임 지휘자 없이 높은 수준의 음악성을 이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에센바흐는 “몇백년 간 소리가 진화해 온 특별한 오케스트라다. (단원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지향점이 같은데 특히 현악 파트가 내는 비브라토 종류가 모두 똑같은, 독특한 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연주회가 줄을 잇는 하반기 클래식계에서도 에센바흐와 빈 필의 조합은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R석이 35만원, S석이 28만원에 이르지만 몇 달 전에 매진됐다.
에센바흐는 지휘자 전에 피아니스트로 알려졌다. 1960~70년대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모차르트, 슈만, 베토벤 연주 앨범은 지금까지 명반으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의 에센바흐를 있게 한 음반은 모차르트 소나타다. 그는 “모차르트 음악의 음표 하나하나는 관객에게 말을 건다. 음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인간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시기 만났던 폰 카라얀, 조지 셸에게 지휘를 배웠다. 그는 “조지 셸은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휘자였다. 악보에 나타난 음색, 분위기 전환 등에 관심을 두었는데, 피아노 협연을 할 때면 운지법 등 디테일에 관해 조언해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에센바흐 역시 무대든 연습실이든 최고의 소리를 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는 “나는 내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비평가”라고 말했다.
10일 예술의전당에서의 연주곡은 모차르트 음악의 경전으로 불리는 피아노 협주곡 23번, 교향곡 40ㆍ41번이다. 세 곡 모두 빈 필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쓰였다. 특히 피아노협주곡 23번은 그가 직접 피아노를 치고 동시에 지휘도 하는 ‘진기명기’를 선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연주든 지휘든) 표현 방법이 다를 뿐 음악은 음악”이라고 말했다. “피아노를 칠 때는 악기와 친밀한 자세를 갖게 되는데, 이런 자세를 오케스트라 지휘할 때 단원들에게도 가지려고 합니다. 오케스트라의 넓은 스케일을 피아노를 칠 때 구현하려고도 하죠. 저에게 이 두 경험은 상호보완적입니다.” 1577-5266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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