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멤버들이 한국어 대사 더빙에 도전한 ‘무한도전’판 ‘비긴 어게인’을 두고 네티즌 사이 갑론을박이 뜨겁다. 유재석 등 출연자들의 목소리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는 의견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더빙이 되레 영화의 분위기를 헤쳤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영화 더빙을 아쉬워한 네티즌은 작품 선정의 부적합을 문제 삼았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9일 오후 11시부터 MBC에서 내보낸 ‘비긴 어게인’은 음악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그린 음악 영화다. 스타음반프로듀서였다가 회사에서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 분) 등 꾸밈없고 소박한 캐릭터를 과장 없는 목소리 연기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데 ‘무한도전’ 멤버들의 코믹한 캐릭터가 겹쳐 원작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방송 후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 등에는 ‘취지는 좋았는데 ‘비긴 어게인’더빙을 주연으로 배정해서 방송까지 내보냈다는 게 너무 무리수였다. 시청하는데 몰입감 너무 떨어지더라. 방송 내보낼 때는 전문성우들이 더빙한 버전으로 해줬으면 좋았을 걸’(rlna**), ‘취지도 알겠고 다 이해하겠는데, 왜 하필 ‘비긴 어게인’이었는지 모르겠다. 노래 부를 땐 배우의 원래 음성이 계속 나오는데다, 등장인물의 감정표현이 중요한 영화였는데’(chjch**) 등의 글이 올라왔다. ‘무한도전’멤버들 중에서는 댄 의 목소리를 더빙한 하하가 영화 속 캐릭터와 겉돌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하의 목소리 연기는 출중했으나 연배 등 영화 속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았다는 의견이다. 이 외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주연으로 나와 성우들의 밥그릇을 뺏은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가뜩이나 성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데, 성우들의 대목인 추석 외화 더빙 시장을 ‘무한도전’이 뺏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무한도전’판 ‘비긴 어게인’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오후 11시 이후 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6.6%(닐슨코리아·전국기준)나 나왔다. 동시간 대 시청률 1위다. 2013년 개봉한 ‘비긴 어게인’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 소수의 관객들이 즐긴 다양성 영화다. 이런 시청률이 나왔다는 건 ‘무한도전’멤버들의 목소리 더빙에 대한 관심이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 ‘무한도전’때문에 ‘비긴 어게인’ 봤는데 영화가 짧지만 괜찮더라. 이런 류는 별로 안 좋아 했는데 괜찮았다’(kuek**)는 의견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영화 한국어 더빙을 한 성우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외화 더빙 도전에 고마워하는 눈치다. MBC 성우인 윤소라 씨는 ‘ ‘무한도전’ 멤버들 모두 열심히 배워가며 연기했고, 김태호 PD와 스태프들도 행여 성우들한테 누가 될까 염려하며 완성도를 높이려 애를 써주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겨 고마움을 전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참여해 한국어로 더빙한 영화에 관심을 높인 것 자체가 큰 일이라는 성우도 있었다. '비긴 어게인'을 더빙작으로 선택한 것은 방송사가 수입한 영화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게 MBC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전파를 탄‘비긴어게인’에서는 유재석이 극중 싱어송라이터인 데이브(애덤 리바인) 역을 목소리 연기했다. 정준하는 스티브(제임스 코든 분)와 트러블 검(씨 로 그린)의 목소리를 책임졌다. 박명수는 사울(모스 데프 분)을, 광희는 다양한 조연 캐릭터를 연기해 재미를 줬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