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2차 토론 에이스 루비오
한일 역사 문제·대북 전략 앞에선
주저함 없이 한국 옹호 발언 '눈길'
클린턴은 위안부 문제에 관심
부시·트럼프는 부정적 시각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하고 외교ㆍ안보 현안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과 발언이 공개되면서 누가 한국에 우호적인지, 어느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인지 대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30일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민주ㆍ공화당 소속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주요 후보 가운데 가장 한국에 우호적인 인물은 공화당 2차 토론 이후 지지율이 크게 상승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다.
대선 출마 이후 공개발언을 분석하면 루비오 의원은 한일 역사문제나 대북 억제전략 등에서 거의 전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올해 4월 로스앤젤레스 타운홀 미팅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5월 방미를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달 16일 토론에서도 한국 중시 발언을 내놨는데, ‘대통령이 된다면 전용기로 방문할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이스라엘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인들이 일반적으로 동맹국 호칭에서 일본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주저 없이 한국을 먼저 거명한 것이다.
28일 플로리다 유세에서는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의 군사력 강화를 역설하며, 전세계에서 미국의 주적을 언급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앞서 북한 김정은을 지목했다. 그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국무장관 재직 경험이 말해주듯 한반도 관련 이해가 다른 후보 대비 높다는 평가다. 여성인 만큼 위안부 문제와 관련, ‘강요된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핵심을 이해하고 있다. 또 북한을 전통적 위협국가로 언급하며 북핵 제거의 중요성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전략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현재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한국에 대해 긍정과 부정적인식이 엇갈리는 입장이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올해 2월 시카고의 한 강연에서는 “한국은 미국 자유수호 노력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했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고 나서자 ‘앵커 베이비’라는 용어를 들먹이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원정 출산을 비판했다. ‘앵커 베이비’발언 직후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부시 후보로부터 공개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반발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부시 캠프 외교 보좌진들이 아버지(조지 H. 부시)와 형(조지 W. 부시)의 참모로 채워진 것에 주목, 세 번째 ‘부시 정권’이 들어선다면 한반도 정책도 유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외 정책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총론적으로 따지면 부정적이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발언을 내놓기는 하지만, 미국에 안보를 의탁하는 형식으로 한국이 경제적 실리를 챙기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28일에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군사ㆍ무역분야의 ‘불공정’ 협상을 지적하며 “대통령이 되면 재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벤 카슨, 칼리 피오리나 등 다른 주요 후보들은 북한의 호전성에 대한 일반적 수준의 언급 이외에는 한국에 대해 눈에 띄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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