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지난 1년여간 대표팀을 구성하며 기존 팀 구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는 실험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29일 발표된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지역예선 쿠웨이트 원정 명단에서는 ‘깜짝 발탁’을 볼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인재풀이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짐작케 한다.
이 가운데 해외파들이 즐비한 필드 플레이어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K리거 4인방의 존재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쿠웨이트 원정 명단에 이름을 올린 권창훈(21·수원)과 황의조(23·성남) 김기희(26) 이재성(23·이상 전북) 모두 슈틸리케 이전엔 주목 받지 못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어떤 매력으로 슈틸리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 ‘소리 없이 주가폭등’권창훈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 때 소집됐던 권창훈은 K리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이며 슈틸리케 실험의 화룡점정이 됐다. 현재 그의 존재감은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과 올림픽팀에서도 절대적이다. 수원에서는 고종수와 염기훈을 있는 왼발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하며 올시즌 29경기에 출전 8골을 기록 중이다. 대표팀에서도 K리거 중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 라오스전 두 골에 이어 9일 레바논전에서도 한 골을 기록하며 이름 석자를 국민들에 각인시켰다. 손흥민 기성용 등 프리미어리거 사이에서도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현재 슈틸리케와 신태용은 그를 가운데 두고 ‘밀당’중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핵심 자원인 그는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U-23) 챔피언십에서의 활약도 예고하고 있다.
● ‘K리그 최대 히트상품’황의조
황의조는 이번 시즌 K리그의 최대 히트상품이다. 올시즌 28경기에 출전해 12득점 2도움을 올린 황의조의 활약 속에 시즌 초반까지 강등 후보로 거론됐던 성남FC는 상위스플릿(1~6위) 안정권에 들어섰다. 권창훈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에 부름을 받았지만 1월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올시즌 K리그 무대를 두루 살핀 슈틸리케 감독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폭넓은 움직임과 뛰어난 체력, 과감한 슈팅능력까지 갖춘 그는 지난 8월 24일 라오스,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두 경기에서 만점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으나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음을 감안하면 준수한 활약이었다. 슈틸리케의 재신임 속에 이전보다 강력한 상대인 쿠웨이트를 상대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2년 차에 더 강한 사나이’이재성
전북 데뷔 첫해였던 지난 시즌 26경기에서 4골 4도움을 기록하며 주전 자리를 꿰찬 이재성은 올시즌에도 28경기에 출전해 5골 5도움을 기록하며 대표팀 승선의 기쁨까지 맛봤다. ‘포스트 이청용’으로 지목 받은 이재성의 재능은 슈틸리케를 만나며 더 빛을 발했다. 빠른 발과 섬세한 볼터치 능력을 갖춘 그는 유럽파 없이 치러진 8월 동아시안컵에 전 경기 선발 출장해 우승을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특히 올해도 전북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 안정권으로 올려놓았다. 2년차 징크스는커녕 2년차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인재다. 대표팀 내에서는 구자철, 이청용 등과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한 그의 활용 가치는 큰 경쟁력으로 평가 받는다.
● ‘알고 보니 원조 슈 라인’김기희
김기희는 ‘4분 전역’의 주인공으로 더 유명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마지막 경기까지 출장하지 못하다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마지막 4분을 남기고 출전해 병역 특례 대상이 됐다. 이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김기희는 프로 무대에서의 꾸준한 활약으로 오명 아닌 오명을 깨끗이 씻어냈다. 어쩌면 슈틸리케와 가장 먼저 인연이 닿은 선수이기도 하다. 올림픽 직후인 2012년 9월 카타르 리그 알 사일리야로 임대됐을 당시 약 2개월간 슈틸리케와 한솥밥을 먹었다. 슈틸리케는 진작에 그의 인성과 경기력을 높게 평가했고, 지난해 1기 명단에 그를 집어 넣었다. 그 후 군사훈련과 발꿈치 부상 등으로 대표팀과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던 김기희는 지난 7월 발표된 동아시안컵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부터 꾸준히 발탁되며 ‘완전체’로 향해 가는 슈틸리케호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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