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시에 전달
윤장현 시장의 선택에 관심 집중
최근 광주시의회가 엄기욱(군산대 교수) 광주복지재단 초대 대표이사 내정자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부적격하다”는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임면권자인 윤장현 광주시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달 24일 반(反) 시국선언과 논문 자기표절 등의 의혹이 불거진 엄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낸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광주시에 전달했다. 시의회는 보고서에서 “엄 내정자는 광주정신에 반하는 정치적 편향성과 청문회 위증 등 광주복지재단을 이끌어 갈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아 업무수행 능력이 부적격하다”고 밝혔다. 시는 엄 내정자에 대한 여론 수렴 작업 등을 거친 뒤 윤 시장에게 보고할 계획이지만 이미 여론의 분위기는 낙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위암 수술 후 병상에 있는 윤 시장이 5일 출근한 이후 엄 내정자의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물론 이 경우 윤 시장은 “인재를 보는 안목이 없는 단체장”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엄 내정자를 둘러싸고 인사청탁설까지 불거진 터여서 “윤 시장이 정실인사를 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올 수 있다.
윤 시장이 이를 우려해 시의회의 부적격 보고서를 무시하고 엄 내정자를 사장으로 임명한다면 되레 정치적 파장을 키울 수 있다. 당장 윤 시장 스스로 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의회까지 경시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윤 시장의 이런 결정은 의회 반발과 대의회 관계 악화를 불러올 게 뻔하고 이로 인해 윤 시장이 가뜩이나 불안한 시정 추진 동력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윤 시장이 엄 내정자를 사장으로 임명하든, 임명하지 않든 이를 둘러싼 비판과 비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시청 안팎에선 정치적 부담을 느낀 윤 시장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시장이 엄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 시장의 임용포기설이 나돈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광주시 산하 기관장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던 윤재만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 내정자가 시의회의 부적격 보고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할 당시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했다는 것도 이 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키우고 있다.
어찌됐든 민선 6기 출범 이후 끊이지 않는 ‘인사난맥’을 해소하고 능력과 자질 있는 인물을 뽑는 인사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윤 시장의 계획이 또다시 어긋나면서 윤 시장은 스스로 발목을 잡고 말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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