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Play(재미있는 말)
일본식 영어(Japanese English, Japlish)는 한편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다. 일본인들이 rebate를 ‘리베또’, symbol mark를 ‘심보루 마루끄’로 읽고 gossip maker를 ‘고시뿌 메카’라고 부르는 것은 발음만 일본식이지 영어 표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돌연변이에 가까운 일본식 영어다. No clutch를 ‘노 구라’라고 읽거나 수신자 부담 전화(toll-free call)을 ‘후리 다이야루’(free dial)처럼 말하는 것이 문제이고 발음도 원음과 거리가 멀다.‘코스프레’(kosupure)가 무슨 말인가 보았더니 영어 표현 ‘costume play’를 가타카나로 그대로 옮겨 부른 것이었다. 이는 나중에 일본인들이 외국인에게 자신의 문화를 설명할 때 ‘cosplay’라고 말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Paper test라는 Japlish도 원어민에게는 ‘종이 품질’이라는 의미로 들리는데, 일본에서는 필기 시험(Written Test)을 지칭하는 단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에서 가장 형편없는 영어’가 일본식 영어인데 신기하게도 이를 그대로 베껴 사용한 변종 영어가 한국식 영어다. 한국에서도 과거에 ‘터키탕’(Turkish bath)이라는 말을 썼던 적이 있다. 일본인들이 부르던 말인데,‘왜 터키와 상관이 없는 음란 마사지숍’을 터키탕이라고 부르느냐는 주한 터키 대사관측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증기탕’이라는 명칭으로 변경했다. 이 일의 원흉은 일본식 영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이 부르던 ‘toruko’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 사용한 한국인의 잘못도 무시할 순 없다.
영어교육 시장에서 원어민과 회화를 공부하는 수업을 ‘Free talking’이라고 수십 년 불러왔던 것은 가장 치욕스런 한국식 변종 영어다. 마치 감금되었다가 말하는 것이 자유로워진 대화나 무료로 하는 대화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를 ‘자유롭게 대화하는 수업’의 뜻으로 아직도 사용 중이다. 또한 우리가 ‘Milk coffee’라고 부르는 것은 미국식인 ‘coffee milk’와 정반대 어순이기에 ‘coffee with milk’라는 본래의 의미를 혼동케 한다.
이러한 영어를 놓고 원어민의 반응은 한결같다. “These words aren’t an attempt to speak English. They’re Japanese words.” 이 단어들은 영어로 말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일본식 표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일본인이 외래어(gairaigo)를 표기하면서 철자와 발음을 맘대로 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영어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사용하는 가짜 영어는 문제투성이다. 일본식 영어(wasei-eigo, 和製英語) 수 백 가지 표현이 그대로 한국식 영어 Konglish와 일치한다는 것은 참으로 속상하고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식 영어에 일본식 영어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걸러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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