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 한 귀퉁이에 베어온 나무들이 가득했다. 별채 아궁이에 장작으로 쓰일 것들이다. 반으로 쪼개져 드러난 나무 속, 균일해 보이는 나이테 한쪽에 옹이들이 눈에 띄었다. 본래의 결과와는 다른 파문을 형성하고 있었다. 무슨 매직아이 들여다보듯 한참을 봤다. 살짝 몽롱해졌다. 큰 줄기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다 안으로 뭉치고 밖으로 이지러져 굳은살로 맺혀버린 그것들이 사뭇 짠해 보였다. 무슨 파탄의 아름다움 같은 걸 떠올렸다. 어떤 큰 흐름 안에서 내홍을 겪다 고유한 무늬가 되어버린 흔적. 문득 똑같은 시간과 공간의 체계 안에서 잠행하고 있을 전혀 다른 시공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몸을 돌이켜봤다. 외상이든 내상이든 살아온 흔적 자체가 크고 작은 옹이들을 만들어 놓았다는 자각이 들었다. 작은 상처로 시작됐다가 점이거나 얼룩으로 고착돼 이내 고유한 표상으로 남아버린 몸의 흔적들. 그리고 그 흔적들이 소환하는 멀거나 가까운 기억들. 슬픔이나 기쁨 따위의 단선적 감정 속에 한 사람이 머무는 건 보다 큰 기억의 체계 속에서 살피자면 그야말로 작은 점에 불과한 듯싶었다. 그렇게 돌이키니 당장의 현존이 막막하고 불가해했다. 아직 데워지지 않은 아궁이를 들여다봤다. 화가 장승업은 도자기 굽는 화덕에 뛰어들었다던가. 옹이들이 피워 올릴 어떤 열기를 상상했다. 미래가 과거 속에 이미 불타고 있었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