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주요 일정 함께해
친박계 구심 대안주자 모색하며
與 잠룡 견제·現 권력 엄중함 과시
靑-김무성 갈등 커질수록 몸값 상승
朴대통령 연설에 적극 지지 눈길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서 1위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이 여의도의 ‘반기문 대망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박 대통령은 유엔 총회ㆍ개발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5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뉴욕에 머무르면서 거의 모든 주요 일정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했다. 25일 박 대통령의 첫 번째 일정도 반 총장 관저에서 비공개로 만찬을 함께 한 것이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공식ㆍ비공식 행사에서 일곱 번이나 만났고, 한반도 평화유지와 새마을운동 전파 문제, 유엔 현안 등을 놓고 매번 호흡을 맞추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자신의 정치 생명과 직결된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을 위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깜짝 연대’를 함으로써 사실상 청와대와 각을 세운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청와대와 김 대표의 갈등이 커질수록 친박계 대선주자 후보군에 올라 있는 반 총장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권 핵심부가 김 대표를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박계는 구심으로 삼을 대안 주자를 찾고 있는 터였다. 박 대통령의 이번 뉴욕 행보는 여권에 ‘반 총장을 미래권력으로 낙점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차기 경쟁이 벌써부터 달아오르는 것을 박 대통령이 달가워할 리는 없다. 또 장외(場外)에 머물러 있는 반 총장의 차기 주자로서의 자질과 파괴력도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가 반 총장을 내세워 김 대표를 비롯한 여권 잠룡들을 견제하고 현재권력의 엄중함을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 총장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26일 열린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전파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의 바로 다음 연설자로 나선 반 총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 “(새마을운동으로) 제가 살던 마을과 나라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박 대통령에 감사하다” 등의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의 연설이 끝나자 활짝 웃으면서 박수를 쳤고, 옆자리로 돌아온 반 총장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반 총장의 속내와 상관 없이 “박심(朴心) 구애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 오르내린 이유다.
27일 공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김무성 대표를 누르고 1위에 오른 것도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SBS가 추석 연휴를 앞둔 23,24일 TNS에 의뢰한 실시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나은 인물을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을 꼽은 응답자가 21.1%로 가장 많았다. 김 대표(14.1%)와 문재인 대표(11.2%), 박원순 서울시장(10.1%)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3%)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반 총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하자 김 대표가 17.3%로 1위를 되찾았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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