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느다란 'RSL 지형'서 증거 확보
화성에 생명체 존재할 가능성
2020년 탐사 계획에 힘 실릴 듯
화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는 곧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화성이 제2의 지구로서 인간의 터전이 될 가능성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은 28일(현지시간) 워싱턴시 본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정찰위성(MRO)에 적재된 화학기구의 분석 결과 화성에 염분을 포함한 물이 흐른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화성 표면에 물이 흐른 흔적이 있다는 점은 2000년에, 얼음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2008년에 각각 밝혀졌다. 하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지금까지도 흐르고 있다는 증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사가 밝힌 증거의 핵심은 화성의 ‘RSL(Recurring Slope Lineae) 지형’과 관련돼 있다. RSL은 폭 5m, 길이 100m 내외의 가느다란 줄 형태 지형으로, 온도가 영하 23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생겼다가 그 이하로 내려가면 사라진다. 2010년 화성에서 RSL이 발견된 이후 과학계에서는 ‘염분을 포함한 물이 화성 지표에서 새어 나오면서 RSL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 는 추측이 제기돼 왔으나 증거는 없었다. MRO는 이 같은 가설을 처음으로 증명해 낸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처럼 화성에 ‘소금물’이 흐르는 까닭은 눈이 오면 길을 녹이려고 염화칼슘을 뿌리는 것과 똑같은 과학적 현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화성은 평균 온도와 기압이 지구보다 낮기 때문에 염분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는 쉽지 않지만, 마그네슘이나 나트륨이 응고점을 낮춰줘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흐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로 2020년 탐사선을 보내 화성 표면에 착륙시키겠다는 나사의 ‘화성 2020 로버 미션’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나사는 탐사선을 통해 화성이 과거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이었는지, 현재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생명체 흔적이 있는지 등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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