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초록빛 풍성한 모습으로 피어나던 연꽃들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자취를 감추면서 그 자리에 키 재기하듯 씨방들이 올라와 경이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꽃들이 잎이 지고 나서 씨방이 여물지만 연꽃은 꽃과 씨방이 동시에 피어나고 생겨난다. 떨어진 씨앗들은 오랜 세월 진흙 속에서 썩지 않고 고행을 하다가 인연이 닿으면 비로소 다시 꽃으로 환생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연꽃의 씨방을 연자육(蓮子肉)이라고 부르는데 욕심이 과해 생기는 스트레스성 질환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열등감속에 살았던 조선시대 선조를 비롯해 북벌을 염원했던 효종 임금도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자주 복용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세속의 욕심을 버리고 피어나는 꽃이 연꽃이라면 그 씨방인 연자육이 인간의 욕망을 치유하는 데 쓰이는 사실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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