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친척한테 받은 용돈보다 비싼 장난감 원하기 일쑤
어차피 주고 받는 돈… 부모 부담만
대형마트도 명절 마케팅 열 올려
"어린이날이 1년에 4번" 웃픈 세태
추석 연휴였던 지난 28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완구코너.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이모(46)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았다가 친척들에게 용돈 30만원 받은 아들이 레고 ‘쉴드 헬리캐리어’를 사달라고 해 매장을 찾았지만 가격이 무려 54만9,900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애들 장난감이 비싸면 얼마나 비쌀까 하는 생각으로 매장을 찾았다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라며 “인터넷 직구 등을 통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야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고가의 장난감으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등골이 또 한 번 휘고 있다. 명절을 맞아 용돈이 두둑해진 아이들이 ‘등골 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제품을 가리키는 신조어) 구입의 적기로 생각하고 부모의 손을 완구 매장으로 잡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완구 코너 한편에서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아이들이 유독 북적거리는 곳이 눈에 띄었다. 최근 웃돈까지 줘도 못 산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 사이에서 열풍인 터닝메카드 특별 코너가 추석을 맞아 마련된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양모(39)씨는 “고향에서 할아버지한테 용돈을 받은 아이가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메가테릭스(6만3,200원)를 사달라고 해 매장을 찾았다”며 “지금까지도 터닝메카드 관련 제품을 20만원 넘게 사준 거 같은데 앞으로 얼마를 더 사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때도 아이들이 완구점으로 향하는 것은 친척 어른들에게 받은 용돈으로 주머니가 두둑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새 인기 완구는 수십만원대 고가 상품이 많아 부모들한테 돈을 보태달라고 조르기 일쑤다. 중학생 자녀를 두고 있다는 학부모 김모(45ㆍ여)씨는 “명절 때 우리 아이들이 받은 만큼 다른 친척 애들한테 용돈을 주기 때문에 결국 내 돈으로 사주는 것이나 다름 없는데도 그런 속사정은 모른 채 더 비싼 걸 사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많아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이 명절 당일 이후 완구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사정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흐름이 명절 연휴는 물론 이후까지 완구 매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마케팅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대형마트 완구 매출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롯데마트가 집계한 지난 2년간 월별 매출 통계를 보면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5월과 12월을 제외하면 설과 추석이 낀 달에 매출이 가장 높았다. 2014년의 경우 설과 추석이 있던 1월과 9월에 7.4%와 8.5%로, 2013년 역시 설과 추석이 있던 2월과 9월에 각각 8.5%와 8.1%로 12월과 5월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린이날이 1년에 4번’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 자녀를 둔 최모(41)씨는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제품의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어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털어 놨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목돈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고가의 제품을 사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제품을 사더라도 상품의 기능과 효용성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소비자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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