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에 처자식을 두고도 미혼인 척 속여 한국인과 결혼해 ‘두 집 살림’을 하다가 이혼한 외국인은 결혼이민(F-6)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더 머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출입국관리법령상 결혼이민 체류자격을 받은 외국인은 이혼의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없어야 이혼 후에도 체류 연장이 되는데,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파키스탄인 A(41)씨가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체류기간 연장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파키스탄에 처와 아들 2명이 있음에도 당시 미혼이라는 취지의 허위 서류를 제출해 한국 여성과의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결혼 생활 중에도 본국으로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을 매월 송금했으며, 한국 여성과 혼인이 유지되던 때에도 파키스탄에 있는 부인과 사이에 아들 2명이 태어나 아들 4명이 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이혼에 이른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내의 음주와 폭행으로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는 A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는 2002년 7월 산업연수(D-3)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2005년 12월 한국 여성 B씨와 혼인신고를 하고 국민의 배우자(당시 F-2, 현 F-6)로 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결혼 8년 만인 2013년 3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지난해 3월 법원의 조정 절차를 통해 위자료 등을 포기하기로 하고 이혼했다.
이후 A씨는 한국에 계속 머물기 위해 지난해 9월 결혼이민 자격 체류기간 연장 허가 신청을 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올해 1월 ‘혼인의 진정성 결여 및 배우자의 귀책사유 불명확 등 기타 사유’로 거절하며 15일 안에 출국할 것을 명했다. 지난해 난민신청도 함께 냈던 A씨는 지난 4월 임시로 머물 수 있는 기타(G-1)로 체류자격 변경 허가를 받은 상태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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