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환경 개선시키고 땅값 2배로
한강물 끌어써 관리비 年 75억원
폭우 땐 물고기 폐사·행인 고립도
서울시, 상류 지천 복원 등 개선안
“서울 도심에서 직장인들에게 청계천만한 휴식처는 없죠. 점심 식사 후 새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아요.”
추석 대체 휴일인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에는 적지 않은 시민들이 천변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산책을 하는 직장인들, 청계천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연인들, 어린 자녀들의 환한 웃음을 담으려고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부부. 이제는 청계천의 일상화된 모습이다.
10월 1일이면 50여년 동안 어두컴컴한 복개도로 아래 갇혀있던 청계천이 복원돼 다시 흐른 지 꼭 10년이 된다. 복원 당시 ‘거대 콘크리트 어항’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청계천은 이제 새들이 놀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서울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해외 관광객들의 주요 관광코스로 변신했다. 청계천에는 10년 동안 1억9,000만명의 내ㆍ외국인이 방문했다. 그러나 한강물을 인위적으로 끌어다 쓰는 방식이어서 연간 관리비만 75억원이 투입되고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부작용은 여전히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인 2003년 7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추진됐다. 사업비 3,867억원, 투입인원 69만4,000명으로 서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이 사업으로 시민들은 현재 청계광장~성동구 신답철교 사이 5.84㎞ 구간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이곳에는 25만2,000㎡의 녹지에 283만9,000본의 식물이 이식됐다. 또 광통교ㆍ수표교 등 25개의 다리 아래로 갈겨니ㆍ붕어ㆍ버들치 등 다양한 물고기가 뛰놀고, 각종 문화시설 등이 마련됐다.
10년간 누적 청계천 방문객 숫자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억9,100만명을 넘어섰다. 내년 초에는 2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10년간 방문객을 보면 1년 중 10월(평균 220만여명), 하루 중 오후 2~4시, 청계광장과 오간수교 일대를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인이 가장 많았고 태국, 일본 순이었다. 물론 그 많은 인원을 일일이 세진 않았다. 시는 표본지역으로 정한 7곳을 CCTV와 안전관리요원이 매일 2시간 단위로 인원을 집계한 후 이를 전체면적과 시간을 고려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방문객 숫자를 산출했다. 다소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인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청계천 복원은 일대의 환경과 부동산 경기도 함께 복원시켰다. 시에 따르면 청계천 일대의 미세먼지 평균 오염도는 60㎍/㎥에서 55㎍/㎥ 수준으로 경감됐고 평균기온도 여름 온도의 경우 최대 13%까지 낮아졌다. 청계천 일대의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서울시 토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광교사거리 인근 상가의 공시지가는 계획 수립시기인 2002년 3.3㎡당 1,160만원에서 올해 2,509만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청계천은 한강 물을 끌어 쓰기 위한 전기료 등 유지ㆍ보수 비용으로 연평균 75억원을 사용하고 있고 기습적인 폭우가 내리면 행인이 고립되거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완전한 생태 복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서울시는 청계천 개선보완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청계천 상류의 지천을 복원하고, 최종적으로는 4대 산의 물줄기를 청계천과 연결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개선보완을 하면 생태와 역사, 문화까지 모두 고려한 청계천 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복원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도 연다. 1일 오후 4시에는 청계천 복원일에 태어난 ‘청계둥이’ 13명이 참석하는 ‘청계천 복원 10주년 기념식’이 청계광장에서 개최된다. 3일에는 고산자교 문화광장에서 청계광장까지 5,5㎞를 걷는 시민 걷기 대회가 열리고, 9일부터는 ‘업사이클 페스티벌’ 등이 개최된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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