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3대를 잇지 못한다’는 뜻의 부불삼대(富不三代)는 한국 속담이 아니다. 중국에서 전해온 이 말은 ‘The family wealth does not last for three generations’로 번역되는데 서양인 누구나 이 말을 알아듣는다. 부자의 속성이 서양에도 존재하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K-Cycle로 알려진 Kondratieff Cycle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20세기 들어서면서 호황기가 52~54년 주기로 반복됐다. 한 가정의 1세대 주기와 비슷하고 1세대의 부 창조, 2세대의 소홀, 3세대의 탕진이 하나의 wave처럼 변한다는 주장이다.
부불삼대의 영어 번역을 보면 ‘Wealth does not pass three generations’ ‘Wealth can’t exceed beyond the third generation’ ‘Wealth usually doesn’t last more than 3 generations’등이 있다. 유사한 말로 영국의 ‘Clogs to clogs(나막신으로 시작했다가 다시 나막신으로 돌아온다), 미국의 ‘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일본 표현으로 번역하면 난닝구로 시작해서 다시 난닝구 신세가 된다), 일본의 ‘kimono to kimono’ 등이 있다. 일본의 ‘Rice paddy to rice paddy in three generations’는 ‘벼농사로 시작해서 3대가 지나면 다시 벼농사나 짓는다’는 말도 잘 알려져 있다.
작년 Merrill Lynch 조사에 따르면 부자는 다음 세대에 3분의 2가 탕진되고 3대에 망하는 비율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조사 결과 부(wealth)가 영원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39%이고 매년 6%씩 부를 갉아먹게 되는데 부의 유지를 위해서는 매년 전체 부의 2% 이상을 소비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재정에서 말하는 K-Cycle Theory를 보자. 봄에는 기지개를 펴며 통화 재팽창(reflation)이 시작되고 여름에는 이자율이 올라 inflation이 되다가 가을에는 약간의 긴축이 돼 겨울에는 통화수축(deflation)이 된다는 원리다. 부불삼대를 ‘Three generations rich, fourth generation poor’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지 미국 Kennedy가에서는 나이 마흔이 될 때까지는 가족의 재산에 손댈 수 없도록 한다. 한국의 부자 경주 최씨가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300년 간 12대에 걸쳐 부를 유지해온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권력을 가까이 하지 않고 재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며 흉년에는 재산 증식을 금하고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며 사방 백 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절약과 검소를 생활 신조로 했다는 점은 지금 들어도 귀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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