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후 서울ㆍ수도권의 전월세난이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내년까지 6만 가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주거비를 감당치 못하는 세입자들이 수도권과 외곽, 다세대ㆍ다가구 주택으로 떠밀려 가는 ‘전월세 엑소더스’ 현상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전월세난의 장기화를 저금리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애써 대책을 외면하고 있지만, ‘전월세 난민’들로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말 현재 서울의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계획 단계인 재건축ㆍ재개발 구역은 113곳, 6만1,970가구에 달한다. 둔촌ㆍ고덕 주공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동구가 1만2,000여 가구로 가장 많고, 은평구(7,417가구) 서대문구(6,867가구) 성북구(5,521가구) 강남구(3,979가구) 서초구(3,749가구) 순이다. 해당 가구들은 향후 1~2년 새 재건축ㆍ재개발을 위해 전월세를 구해 이주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규 입주물량은 수요의 절반에 불과한 3만1,471가구에 그쳐 주변 전월세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전월세 대책에 미온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대량의 전월세 수요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유지하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월세난으로 전세 보증금이 치솟고, 월세ㆍ반전세 확산으로 월세 지출 부담이 상승하면 할수록 ‘빚 내서 집 사기’에 나서는 매매 수요가 늘어나고, 그게 불황에도 불구하고 집값 하락을 막는 완충작용을 하고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월세난이 거시경제적으로 그런 순기능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치솟는 주거비 부담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오히려 커질 정도로 상황이 나쁘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를 온전히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상승 부담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건 경제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서민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다만 이제는 전세 보증금 부담보다는 월세ㆍ반전세 확산에 따라 매월 지출해야 하는 월세 부담이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태다. 당장 월세 지출 주거비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와 집 주인에 대한 세제 지원 등으로 전세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응급대책이 시급하다. 민간 임대주택과 뉴스테이 공급 확대책도 거론되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가을 이사철이 전월세난의 최고조기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이달 중에라도 ‘공급 확대+주거비 지원’을 골자로 한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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