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지원으로 세계 퇴보 위험"
오바마, 푸틴 겨냥해 돌직구
"테러리즘에 맞서고 있는데…"
푸틴, 아사드 두둔하며 맞불
시진핑 "유엔평화기금 10억弗 제공"
日 과거사 에둘러 비판하기도
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시리아 내전 사태의 해법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28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 뉴욕시 유엔본부에서 진행되는 유엔총회 첫날 회원국 대표들의 기조연설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대방에 대해 주저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반(反)테러와 이라크,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적 난제들을 언급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했다. 최근 유럽 난민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시리아 내전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의 든든한 배후 역할을 하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 지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민간인들을 살해하는 시리아 정부의 폭력으로 인해 대다수 시리아 국민들은 아사드를 지도자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험한 흐름이 우리를 무질서한 세계로 퇴보시킬 위험이 있으며, 여기에는 군사력으로 질서를 세우려는 강대국들도 포함된다”라며 아사드를 지원하는 러시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연설을 이어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종일관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이어가며 미국의 ‘시리아 해법’을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와 군대는 테러리즘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리아 문제 등 현안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함께 나아갈 길은 여전히 넓게 열려있다”라며 미국과 대(對)테러리즘 전선에서 협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CNN 등 외신들은 두 정상이 기조연설에서 아사드 정권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노출했고 적잖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푸틴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의견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기조연설에서 통이 큰 제안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미국에 뒤처지지 않는 중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유엔평화발전기금으로 향후 10년간에 걸쳐 10억 달러를 제공해 유엔사업을 지원하고 다자협력사업을 촉진하겠다”라며 “중국은 앞으로 새로운 유엔평화유지군 메커니즘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8,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더불어 일본의 과거사를 은근히 비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만들어나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를 새기는 것은 원한을 계속 품기 위한 게 아니라 경계로 삼는 데 목적이 있고 역사를 계승하는 것은 미래를 열고 평화의 횃불을 전해주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미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한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완전한 경제봉쇄 해제가 우선해야 관계정상화가 완결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형이자 전 의장인 피델 카스트로가 1995년 유엔총회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이후 처음으로 쿠바 지도자로 연설대에 오른 그는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 되려면 쿠바에 대한 상업, 금융 봉쇄가 마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10개월만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쿠릴 4개 섬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최적 시기에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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