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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청년희망펀드의 성공조건

입력
2015.09.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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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은 마련됐다. 그러나 어떻게 써야 할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부예산사업을 민간기부로 해결한다는 비판 또한 거세다. 청년희망펀드 이야기다. 준조세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사업의 대상과 방식이 새로워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즐겁게 참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생각해보자. 얼음통을 뒤집어쓰면서도 모두 웃었고 막대한 자금도 모집됐다. 키워드는 집중과 혁신이다. 재정지원이 부족한 루게릭병 해결에 집중했고, 아이스버킷ㆍ소액모금ㆍ사회관계망(SNS) 등이 효과적으로 연결됐다. 청년희망펀드도 이래야 하는 것이다.

첫째, 사업대상과 성과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눈먼 돈이 되지 않는다. 취약계층 청년고용창출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즉 저학력 장기실업자, 새터민, 다문화, 장애인, 니트(NEET) 등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되지 않는 한 굳이 국민성금을 모집하는 명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지원대상은 지역의 청년활동가다. 사회적기업가, 마을기업가, 지역주민활동가 등 우리사회에는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공익확대라는 차원에서도 충분히 정당화 가능한 일이다.

둘째, 모금방식이 혁신적이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장, 국무총리, 재벌총수로 이어지는 기부의 도미노는 과거 국민동원의 좋지 않은 기억을 연상시키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모두 즐겁게 참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세상에는 즐겁게 참여하는 기부와 투자의 플랫폼이 사방에 있다. 미국 크라우드 펀딩 회사 ‘킥스타터’, 혹은 마이크로 파이낸스 회사 ‘키바’는 좋은 사례가 된다. 쉽게 참여하며, 사용처가 공유되고, 성과측정도 명확하다. 그래서 불과 몇 년 만에 각기 20억달러, 7억달러의 자금이 모집됐던 것이다.

셋째, 지원사업의 선정과정 또한 혁신적이어야 한다. 중복ㆍ난립된 기존 정책의 재정리는 필수적이다. 핵심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에 있다. 올해 실시되는 청년고용정책은 중앙정부만으로도 총 224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을 더하면 거대한 정책의 미로가 형성된다. 당연히 청년고용정책을 아는 청년이 거의 없다. 수요자 중심의 정책평가, 투명한 정보제공 등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정부 3.0’의 최대목표다. 청년희망펀드에도 ‘정부 3.0’의 운영의 원리를 제대로 적용해 보았으면 한다.

넷째, 지원방식도 혁신되어야 한다. 현금지원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현물 혹은 재능기부도 같이 활용돼야 한다. 지원조건도 단순히 ‘기부형’만이 아니라, 투자형(창업성과에 따라 보상이 따르는 방식), 대출형(초기창업자에게 마중물을 제공하는 방식) 등 다양하게 설계해야 한다. 미국, 영국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사회성과연계채권(SIB)도 활용할 만하다. 가령 니트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청년사업자가 있다면, 투자자는 사업자 발행의 사회성과연계채권에 투자하고, 그 사업의 성과에 따라 청년희망펀드로부터 보상받는 형식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의 금융기법은 이미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정부가 자금모집과 배분을 담당하던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이제는 그만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래를 향한 유산(legacy)을 남기는 것이다. 그 동안 각종 정책적 필요에 따라 많은 기금들이 조성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기억에 남는 사업은 별로 없다. 국민이 참여하는 경로를 제대로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이 지속되려면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참여가 유지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기부자와 수혜자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계속 전승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자본이 확충되며, 함께 사는 공동체의 미덕이 회자되어야 한다. 이것이 청년희망펀드가 진정한 ‘희망’펀드로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자금을 모집하고 배분하는 사업이 아닌 것이다.

김종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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