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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기민한 보도 인상적… 향후 전망에선 논리적 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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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기민한 보도 인상적… 향후 전망에선 논리적 비약

입력
2015.09.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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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중국 방문 객관적인 평가 보도 좋았으나

평화협력구상 등 개념 설명 아쉬워

기획기사 '충 낙인 찍는 사회' 파급 효과 커

'대학가 주거난' 은 본질에 접근해야

일부 기획물 대중 정서와 동떨어져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들이 16일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중국 방문, 남북 고위급 회담, 노사정 합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들이 16일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중국 방문, 남북 고위급 회담, 노사정 합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보도의 독자 권익 침해 여부를 살피고 편집 방향을 조언하는 독자권익위원회 9월 회의가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권광중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위원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주부 정희수씨, 대학생 윤여진(경희대) 변은샘(가톨릭대)씨가 참석했다. 한국일보에서는 간사인 이계성 수석 논설위원과 진성훈 편집위원이 함께 했다. 독자위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보도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중국 방문, 남북 고위급 회담, 노사정 합의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
최창렬 용인대 교수

최창렬=지난 달 26일자 1면 톱 기사 ‘남북 해빙 급반전… 박 후반기 힘 실린 첫발’에서 남북합의에 대한 향후 전망이 논리 비약은 아닌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자 신문에서 남북고위급 접촉에 대한 뉴스 해설이나 분석 등의 기사가 모자라 아쉬웠다. 공동보도문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없었고 이에 대한 설명과 김관진 안보실장이 발표한 내용, 통일부의 설명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 않았다. 또 정부 관계자가 “황병서는 김 실장과 동갑인 1949년생이 아니라 1940년생”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다른 신문에 있던데, 한국일보는 4면 헤드라인에 굵은 활자로 “49년생 동갑인 군부 강경파 ‘김-황 라인’ 남북 새 채널 부상”이라고 해 사실 관계 취재가 소홀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사정 타결 관련해서는 일반해고, 취업규칙 등에 대한 상세한 용어 해설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합의 내용에 대한 정리도 도표로 일목요연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음 날에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여야 차이에 대한 비교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주부 정희수씨
주부 정희수씨

정희수=주부 독자로서 지난 한 달 동안 좋았던 기사들은 이런 것들이다. 지난달 21일자 ‘자녀 잘 키운 교사 23명의 초등생 교육 노하우’는 단체 카톡방에 공유해서 기사가 좋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다음 날 ‘40대 두 아이 양육 3개국 워킹대디 스웨덴, 미국, 한국’ 기사도 좋았다. 지난 5일자 H커버스토리 ‘풍요의 역설, 선택피로사회’는 주변의 결정장애 엄마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 밖에 ‘박근혜정부 전반기 국정운영 평가’ ‘대법 보수색채 8년 더 갈듯. 현직 대법관 14명 구성 현황’ ‘신혼집값 반반? 현실과 관습 사이 복잡한 셈법’ ‘석 달마다 오는 펀드의 ‘가정통신문’ 꼭 챙겨보세요’ 등이 좋았다.

반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SK 최태원 회장 대전창조경제센터 방문, SK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준공, 최태원 신동빈 현장경영 광폭 행보 속내는, 최태원 회장 중국행…해외로 보폭 넓히는 현장경영 등 최태원 회장 기사가 많았던 것 같다. 광복절 특사 이후 너무 띄워주기 식으로 기사를 많이 보도하는 것 같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포스코 ‘4대 천왕’ 비리 기사가 좀 작게 다뤄졌고, 결국 트집잡을 만한 게 없다는 결론도 씁쓸했다.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지평님=북한의 지뢰도발로 불거진 남북 갈등과 그 이후로 이어진 고위급 회담 관련 기사는 한국일보가 다루어온 여타 어떤 사건 기사보다 일목요연하고 기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박사흘간의 남북고위급 회담도 현장중계를 방불케 하는 스케치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으며, ‘사재기의 추억’ ‘미쳤거나 천재거나’ 등의 칼럼으로 편향되지 않는 목소리를 살려냈다는 느낌이다. 회담 이후 합의문 문구에 대한 정부의 확대 해석으로 인해 불거진 공방 속에서도 ‘‘북 유감’ 시비보다 대화 동력 살리는 게 중요’라는 제목의 사설로 핵심을 환기시켜주는 단정한 파워를 과시했다. 방중ㆍ열병식 관련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되 종편이나 타 언론사에 비해 요란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충’낙인 찍는 사회’는 파급효과가 매우 컸다. 당일 인터넷에서도 조회수가 매우 높았던 걸로 기억하며,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이 기사가 제기한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시했다. ‘풍요의 역설, 선택피로사회’ 역시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 트렌드 분석기사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현실 스케치부터 전문가들의 조언까지 곁들이며 많은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대학가 주거난 심각’(8월 20일자)을 통해 대학가의 전월세난을 다뤘다. 더불어 학생들이 나선 ‘집토스’라는 중개소를 길게 소개했는데, 이게 과연 젊은이들의 주거난을 해소하는 기사에서 그렇게 큰 분량을 할애할 만한 에피소드인가 의아했다. 대학에 기숙사 운용을 촉구한다든지 하는 더 본질적인 문제제기 및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 않나. 비슷한 맥락에서 8월 29일자 ‘N포세대엔 주거 사다리마저 끊겼다’라는 기획물도 내 집 마련이 요원한 젊은 세대의 힘겨운 현실을 보여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1면 기사의 사례가 대중의 정서 및 기획 취지와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월평균 600만~700만원을 버는 28세 김모씨 부부 사례를 읽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싸늘했다.

변은샘(가톨릭대)씨
변은샘(가톨릭대)씨

변은샘=박근혜 대통령이 방중을 마친 9월 5일자 기사에서 방중 내용을 상세히 정리해 방문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한 것이 좋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어, 어 어디 가세요’ 사진이나 4일자 기사의 중국 기념행사에서 박 대통령 위치 사진이나 자료들은 과연 그렇게까지 소개할 내용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김동길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 인터뷰 기사는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의 배경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사안에서도 이처럼 사실 전달을 넘어 전문가의 견해를 통해 더 깊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방중 이후 동북아 정세에 대한 분석 기사들이 많이 나온 것도 이번 일을 일시적인 화제로 끝내지 않고 깊이 있게 다뤄 인상적이었다.

지면개편 후 사회면이 뒤쪽에 배치되다 보니 아침에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 어려운 경우 사회면을 아예 읽지 않는 경우가 더러 생기더라. 뒤쪽에 둔다 하더라도 스포츠면보다는 앞에 배치하는 게 낫지 않을까. 9월 8일 ‘두 정거장 차인데 패션은 극과 극’이라는 동덕여대와 고려대 옷차림 비교 기사는 얼마나 객관적인 조사 결과인지 알 수 없었고 이전 관련기사의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학생 윤여진(경희대)씨
대학생 윤여진(경희대)씨

윤여진=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석 이후 보도에 아쉬운 점이 많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보도는 청와대의 생각을 보여주는데 그쳤다. 예를 들어 시진핑이 “긴장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도 반대”라고 한 말에서 긴장 조성의 주체를 북한의 무력도발로 규정하는 경우 같은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전통적으로 세 가지 원칙인 ‘한반도 긴장 고조 행위 반대,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천명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발언도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닌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약속을 곧바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으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과거 박 대통령의 3국 회담 요청을 거절했던 시진핑이 이번에 수락한 것은 전승절 행사에 한국이 서방 국가의 일원으로 참석해 준 데 대한 외교적 답례다. 특정 시기의 외교적 행동을 실체가 분명하지 못하고 장기적인 개념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비약이다. 실제로 9월 3일자 ‘한중일 협력 복원 서막 동북아 외교전 새 국면 예고’ 기사에서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개념설명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전승절 행사에 서방국가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중국의 대응 차원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약속을 풀어냈으면 정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원래 전승절 주체는 대만인데 왜 중국이 열병식을 했고, 왜 푸틴 다음으로 박 대통령을 귀빈대접했는지 중국쪽 생각을 풀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권광중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권광중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권광중=‘종교인 과세 ‘첫 관문’ 넘기도 힘들 듯’을 비롯해 종교인 과세 문제를 다룬 지난 달의 몇몇 기사와 사설에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현행 소득세법으로는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할 수 없는가?’‘굳이 소득세법을 개정해서 기타소득으로 과세하여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다.

‘톈안먼 성루 위 박 대통령…한ㆍ중 새 시대’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天安門’을 ‘텐안먼’으로 이해하는 독자가 몇 명이나 될까? 다른 신문에서는 ‘박 대통령이 9월 3일 天安門 위에 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표현한 예도 있던데, 독자들로서는 이것이 더 이해하기에 편했다고 본다. 8일자 ‘일본 최고재판소 “한국 거주 피폭자도 치료비 다 줘라”’기사에서는 ‘피폭자도’가 아니라 ‘피폭자에게’라고 표현해야 맞다. 또한 일본 최고법원은 그들 용어로 ‘最高裁判所’라고 최고재판소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대법원’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진성훈=기획 기사에서는 사례가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 동덕여대, 고려대 패션 비교 기사는 기사 자체보다는 댓글이 문제를 키운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비교하는 기사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 생각만 너무 듣지 않았나 하는 지적은 공감하고 좀 더 객관적인 분석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리=김범수기자 bskim@hankookilbo.com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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