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주 내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27일(현지시간) 주의회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 분리독립 움직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찬성을 위해 함께’(Junts pel Si)와 극좌 정당 CUP는 이날 135명의 주의회 의원을 뽑는 이 선거에서 과반(68석)을 넘는 총 72석을 얻었다. 분리독립 정당의 총 득표율은 47.33%다. 이번 선거는 카탈루냐주 주의회 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지만,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 대행은 분리독립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의 선거로 규정했다. 마스 주지사 대행은 이날 선거 결과가 나오자 독립을 외치는 지지자들 앞에서 “오늘 밤 ‘분리독립’‘민주주의’두 가지에서 승리했다”라고 밝혔다. 마스 주지사 대행은 “중앙정부가 스코틀랜드와 같은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국민투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리독립 정당이 과반 의석을 얻으면 2017년까지 18개월 내에 분리독립 절차를 밟겠다면서 중앙정부에 이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분리독립이 위헌이라면서 제안을 거부했다. 스페인 경제생산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부유한 카탈루냐는 문화와 언어, 역사가 스페인과 다르다는 인식이 강해 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 끊이지 않고 있다. 카탈루냐주 국경일인 지난 11일에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주도인 바르셀로나에서 대규모 분리독립 시위가 벌어졌다. 마스 주지사 대행 등 분리독립주의자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 앞서 라호이 정부는 수 차례 어떤 법적 수단을 써서라도 카탈루냐주의 독립을 막겠다고 공언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양측 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주가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마스 주지사는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비공식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했으나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이 투표를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했다. 분리독립 시 스페인뿐 아니라 카탈루냐주가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카탈루냐주의 독립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다. 카탈루냐주는 유럽연합(EU) 회원 자격을 상실해 긴 재가입 절차를 밟아야 할 뿐 아니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탈퇴하게 돼 경제적으로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이 통합된 스페인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국제 사회의 여론도 분리독립에 호의적이지 않다. 중앙정부는 이번 선거로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민심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이상, 이 지역 주민의 불만을 달래는 데 더욱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카탈루냐주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이 돈이 지역 발전에 쓰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다. 또 스페인과 다르다는 자부심이 강한 카탈루냐 주민의 자존심을 배려해 오는 12월 총선 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카탈루냐주의 자치권 확대를 약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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