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명절마다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해 온 ‘원조 쇄신파’정두언(3선ㆍ서울 서대문을) 새누리당 의원이 올해 추석에는 ‘하드볼 게임(선거는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가ㆍ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 저)’을 선택했다. 그는 책과 함께 동봉한 편지를 통해 “여당 내 주류가 권력을 잡은 일이 없다”며 새누리당 차기 구도를 비판한 바 있다.(본보 22일자 4면) 정 의원은 24일 인터뷰에서도 “권력에 맞서며 스스로 커야 지도자가 된다”며 여권에 또다시 죽비를 내리쳤다.
_책을 선물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가격이 싸다. 전에 과일을 선물할 때는 비용 때문에 파산할 지경이었다(웃음). 소비돼 없어지는 선물과 달리 책은 책꽂이에 꽂아 두니까 선물 준 사람이 계속 생각난다. 좋은 책을 선물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자주 읽게 되는 장점도 있다. 다목적 선물이다.”
_책과 함께 동봉한 편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국민들은 통치자의 최측근을 지도자감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차기 주자 후보군에 그들이 계속 거론되는 게 답답했다.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이나 구룡(九龍ㆍ신한국당 대권후보군)이 지도자가 됐나? 정치권과 국민 간의 괴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 최근 불거진 오픈프라이머리 논란도 마찬가지다.”
_오픈프라이머리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형이나 절충이 필요할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완전국민경선으로 가야 한다. 권력자가 특정 후보를 내리꽂는 전략공천을 없애려면 시스템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는다지만 실제론 공천권자 손에 결정돼 왔고 정치인들은 국민 아닌 공천권자의 눈치를 봐 온 게 사실이다.”
MB정부 개국공신인 정 의원은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구속돼 2013년 11월 2심 형량 10개월을 채우고 만기출소했으나 1년 뒤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3월 억울한 옥살이에 따라 받은 형사보상금 6,360여만원을 재수생과 코피노 아동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_수감생활을 마치고 여의도로 복귀한 지 1년이 다 돼간다.
“관용과 인내를 배운 수감생활은 인생에서 소중한 기회였다. 친기업적인 새누리당과 친귀족노조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한민국 상위 10%를 대변하며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서민을 보듬는 당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바른 소리하며 불편한 존재로 남는 것이 내 몫이다. 당에서 반기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중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은
당내 비주류 쇄신파를 이끌어온 3선 중진의원. 이명박정부 개국 공신으로 한때 ‘왕의 남자’로 불렸으나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18대 총선 불출마를 요구해 권력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장.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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