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일자 "美가 기술 안 줘도 개발"
→ "유럽이 기술 이전에 긍정적"
미국 전투기에 유럽 기술 장착
통합 소스코드 10년내 개발 어려워
"초기 양산분 기존 레이더 달수도"
18조원 대형 국책사업 기로에
청와대가 25일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한국형전투기(KF-X)사업에 대한 검증에 착수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개발과 양산을 합쳐 1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할지, 아니면 방향을 틀지 결정하는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4가지 기술 왜 논란인가
정부는 2014년 5월 차기전투기(F-X)사업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를 선정하면서 절충교역으로 KF-X개발에 필요한 기술 25가지를 요구했다. 이중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추적장비(EOTGP), 전자전 재머 등 4가지를 통합하는 기술의 이전을 미 정부가 거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AESA 레이더는 기존 기계식 레이더(MESA)보다 많은 표적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IRST와 EOTGP는 기상과 관계없이 목표물을 추적하는 장비다. 전자전 재머는 적의 전자체계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이 제 임무를 다하도록 온전히 결합해야 전투기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혼선은 F-35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4가지 기술의 이전 가능성을 부풀려 설명한 방사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방사청은 미 정부가 이 기술을 타국에 반출한 전례가 없는데도 KF-X의 작전요구성능(ROC)에 AESA 레이더를 비롯한 기술들을 포함해 마치 우리가 모든 기술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열을 올렸다.
뒤늦게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방사청은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방사청은 논란 초기 “미국이 기술을 이전해 주지 않아도 개발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기술이전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25일 기자들을 찾아와 “우리는 항공기개발에서 그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해 왔다”며 “리스크(위험)가 있지만 얼마든지 극복하고 한 단계 올라서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테니 맡겨달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유럽 기술을 가져와도 미국 전투기와 호환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4개 기술을 확보한다 해도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소스코드를 갖추는 것은 훨씬 고난이도의 문제여서 향후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KF-X개발에 성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KF-X사업 접어야 하나
이 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KF-X사업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공군 전투기의 노후화로 2020년 중반 이후 200대 안팎의 전력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KF-X의 개발완료시기를 2025년으로 잡은 것도 그 때문이다. KF-X는 공군 주력인 KF-16보다 고성능의 전투기를 갖추는 사업이어서 이보다 사양이 낮은 국산 개발 FA-50으로는 대체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2025년까지 기술개발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개발이 차질을 빚게 되면 ‘무늬만 한국형’ 전투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방산분야 관계자는 “초기 양산 분은 AESA를 외국에서 수입해 장착하거나 기존 레이더를 달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KF-X사업을 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업기간을 늘리고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산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기간을 줄이고, 촉박한 기간에 맞추다 보니 의도한 성능보다 질이 낮은 무기를 양산하게 되는 악순환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전투기는 적에 맞선 군의 전력구조에서 최정점에 위치한 무기인 만큼 개발에 실패하면 도미노 식으로 우리 군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다만 막대한 돈을 들이는 만큼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부터 확실하게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제에 방향을 틀어 무인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인 전투기에 비해 위험과 비용이 적은 대신 효과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KF-X를 개발해도 최신예 전투기 반열에 들 수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개발에 집착하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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