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태세다. 과거 세 차례 핵실험을 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북한이 기어이 예고했던 로켓발사와 4차 핵실험 강행을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면 참으로 우려할 사태다.
물론 현재까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나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는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로켓 동체의 발사장 이동 등 구체적 움직임이 없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경우 일부 지역 평탄화 작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그 정도를 핵실험 준비로까지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23일 북한이 미국 CNN방송 취재진에게 위성발사 관제소를 공개하고“위성을 우주로 내보낼 통제 체계를 완성했다”고 말한 것은 심상치 않다. 비록 지구관측용이라고 했지만 로켓발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기정사실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14일에는 북한의 국가우주국장이 지구관측 위성 개발이 마감단계에 있다며 발사 시기와 장소에 대해서는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라고 밝혔다.
일각서는 북한이 로켓발사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고 보지만 최종 발사준비 완료를 위한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기술적 문제만 없다면 내달 10일에 앞서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내부적으로 노동당 창건 70주년 성과를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로켓발사는 김정은 정권에 포기할 수 없는 이벤트일 수 있다.
그러나 로켓발사 강행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유엔총회 참석 차 출국하기에 앞서 미국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도발은 확실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 북한 도발 억지를 위한 예방외교에 주력할 방침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도 이전과 달리 유엔결의를 위반하는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보다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는 의미다. 5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미사일 및 핵개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북한은 로켓 발사 후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가 가해지면 핵실험으로 대응한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북한은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의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8ㆍ25 합의로 모처럼 돌파구가 열리나 했던 남북대화도 물거품이 된다. 북한은 그런 파국적 상황을 부를 장거리로켓과 핵실험 카드를 그만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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