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효도’ 하겠습니다.”
새정치연합이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맞아 이색적인 홍보물을 만들어 전국 시도당에 배포했습니다. 2쪽으로 만들어진 이 홍보물은 '새정치연합의 7대 노인 정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당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적극적인 정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불효자식방지법' '어르신우선취업법' '옥매트사기금지법' '틀니보장법' '찜통, 냉방 방지법' '경로당 및 노인학교 지원법' '독거노인 의료지원법' 등이 그것입니다. 언뜻 보면 설마 실제 정당에서 추진하는 법이 맞나 싶을 특이한 이름들입니다.
새정치연합이 명절이라고 노인 정책을 별도로 홍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홍보물을 기획한 민주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명절에는 의원들이나 당직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어르신들을 뵙게 되는데 그 때마다 뭔가 허전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어르신들에게 우리가 이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정책연구원과 당 정책위원회가 손잡고 만든 이 홍보물은 그 동안 당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인 관련 정책들을 한 데 모은 다음 어르신들이 보다 쉽게 알아 볼 수 있게 이름을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옥매트사기금지법, 틀니보장법 등이 그런 예입니다. 반면 평소 어르신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는 새누리당은 그다지 눈에 띄게 어르신 관련 정책을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예산 편성에 어르신들의 안정적 노후를 위해 경로당 지원(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을 올해 수준(596억원)으로 하고 어르신 일자리 관련 예산을 460억원 증액해서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운 정도입니다.
전통적으로 60대 이상 노년층 유권자들에게 새누리당에 비해 지지도가 낮은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60대 이상 투표층에서 여당에 압도적으로 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투표장에 직접 가는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노년층 투표율은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한 20,30대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특히나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 유권자의 증가는 새정치연합에게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노년층 유권자를 사실상 '포기'하고 젊은 층의 결집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어르신들 마음을 얻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불효자식방지법 같은 경우 상당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재산을 상속했는데 자식이 부양의무를 하지 않을 경우 상속한 재산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보장해주며 자녀가 부모를 폭행할 경우 부모가 직접 신고하지 않고 주변에서 신고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입니다.
당초 이름이 '호로자식 방지법'이었을 만큼 상당히 도발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던 이 법은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특히 이 법은 대한노인회와 함께 손을 잡고 추진했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민 의원은 "이 법은 어르신들이 자식을 처벌할 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세대간 갈등을 조절한 방법이 없어 일방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 의원은 또 "현재 우리 사회는 거의 모든 세대의 구성원들이 고통 받고 있다. 청소년들은 학원을 전전긍긍하며 입시경쟁으로, 청년들은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로 불리며 청년실업 문제로, 50대는 조기퇴직 압박과 과당경쟁의 자영업 시장에 내몰리고, 오늘 토론회의 대상이신 어르신 세대는 빈곤과 외로움, 그리고 노인학대로 고통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불효자식방지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이 법은 세대갈등을 풀어가는 의미가 있을 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어르신들은 윗세대로부터는 상속을 받기 어려웠던 빈곤세대였지만 자수성가로 부를 갖게 된 세대로, 역사상 처음 상속을 하게 된 세대라 유산 상속에 관련한 법과 제도가 미비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거 때 가서 손 잡아드리고 안부 여쭈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말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현행 제도나 관행들을 고치고 개선하는 노력들로 정성을 쏟아보자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생각입니다. 새정치연합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평가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정치연합의 바람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효자'가 될지 아니면 늘 그렇듯 '불효자'가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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