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림책을 표절한 의혹을 받은 그림책 인기 작가 최숙희씨의 ‘열두띠 동물 까꿍놀이’에 대해 이 책을 펴낸 보림출판사가 25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1998년 나온 이 책은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50만부 이상 팔렸고 베트남, 타이 등 5개국에 수출됐으나, 서사 전개 방식과 일부 그림이 일본 작가 세가와 야스오의 1967년작 ‘이나이 이나이 바아’(‘까꿍’이라는 뜻)과 유사해 2003년부터 표절 시비가 있었다. 당시 모호한 해명을 했던 보림은 올해 7월 7일 재고가 다 떨어져서 영구 절판한다는 공지만 게시판에 올렸었다.
보림출판사는 권종덕 대표이사 명의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1990년대 후반 국내 창작 그림책 출간이 처음으로 시작되며 표절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부족했던 시기에 일본 그림책 ‘이나이 이나이 바아’ 와 표현이 유사함을 간과하고 그에 대한 고찰 없이 출판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출판사로서 문제를 인정하고 최숙희 작가와 협의해 영구 절판을 결정했다며 더 일찍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과 절판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못한 점에 대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보림이 뒤늦게 표절을 시인하고 절판 이유를 밝힌 것은 최근 소설가 신경숙씨의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 작품 표절 논란을 계기로 해묵은 의혹이 다시 부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 작가는 무명 시절 초기작인 ‘열두띠 동물 까꿍놀이’ 외에 ‘강물을 삼킨 암탉’(웅진 발행, 2002) ‘너는 어떤 씨앗이니?’(책읽는곰 발행2013)도 표절 논란이 되고 있다. ‘강물을 삼킨 암탉’은 전반적인 표현 기법이 미국 작가 레인 스미스의 ‘냄새 고약한 치즈맨가 멍청한 이야기들’(담푸스 발행, 2010)과, ‘너는 어떤 씨앗이니?’는 꽃그림 한 컷이 백지혜씨의 ‘꽃이 핀다’(보림 발행, 2007)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강물을 삼킨 암탉에 대해서는 최 작가 스스로 오래 전부터 좋아했던 작가의 표현기법을 저도 모르게 차용한 것 같다“고 인정하고 있으나, ‘너는 어떤 씨앗이니?’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생긴 다른 꽃을 그린 것이지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문제의 두 가지 꽃은 꽃대가 말려 올라가는 형태와 꽃 모양이 거의 닮아서 표절로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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