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주요 현안 직보체제 선호해 리잔수 비서실장 파워 강화…
측근 참모들 영향 갈수록 커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사결정이 갈수록 ‘문고리 권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중국 정책에 대한 대외 불신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시 주석의 권력 행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최측근 참모들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리잔수(栗戰書) 비서실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과거 중국 최고지도자가 러시아 수뇌부들과의 협상에 최고위급 외교관을 보내던 관례를 깨고 리 실장을 파견하는 등 리 실장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또 이번 방미 기간 중에도 주요 회의 때마다 리 실장을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히거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영접하게 하는 등 돋보이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WSJ은 리 실장의 공식 임무는 시 주석의 일정관리에 불과하지만, 최고 권력자와의 물리적 거리가 정권 내 영향력을 보여주듯이 리 실장이 ‘문고리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리 실장의 막강한 권한 행사의 배경을 시 주석이 불우한 나날을 보내던 1980년대 끈끈한 인연을 맺은 것에서 찾는다.
미 당국도 시 주석 방미 기간 중 드러난 리 실장의 높아진 위상과 관련, 중국 정부의 의사결정 양식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중국 전문가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 협소한 내부 참모들의 의견만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며 “리 실장의 급격한 부상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또 “내부 참모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시 주석의 대외안보 정책에서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WSJ은 또 ‘시 주석이 주요 현안에 대해 각 부서를 거치지 않은 직보(直報) 체제를 원하면서 리 실장의 파워가 강력해지고 있으나, 미국 등 외부세계와 중국 권력 핵심부간의 연결통로가 차단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WSJ은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이용, 시 주석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이 실장이 2017년에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