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계 미국인 조너선 훈(37)은 어려서 미국에 건너 온 후 지압사가 됐다. 그런데 최근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꼬마 난민의 얘기를 듣고 자신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걸음마를 겨우 배운 아기였던 훈은 가족을 따라 베트남에서 바다를 건너 말레이시아 난민 캠프로 건너갔던 것.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던 훈은 캘리포니아주 파운틴밸리에서 다른 베트남계 미국인들과 함께 시리아 난민들에게 의약품을 보낼 자선사업을 조직했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작고 허술한 배를 타고 무작정 유럽으로 향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소식을 전해 들은 베트남계 미국인들이 훈과 같은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30여 년 전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쪽배를 타고 공산주의 체제가 장악한 베트남을 떠난 난민으로 ‘보트 피플’이라고 불렸다.
현재 베트남계 미국인은 200만명에 달하고 거점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는 베트남 교민사회의 정치, 사회적 세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업자인 톰 응우옌(48)은 “우리가 시리아 난민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토로했다. 응우옌은 1980년대에 난민으로서 바다를 떠도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시리아 난민 돕기에 나선 베트남계 미국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겪은 아픔을 다른 이들이 공감하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0대 때 보트를 타고 베트남을 빠져나와 미 해군 함정에 구조돼 지금은 영화감독이 된 둑 응우옌(51)은 “우리가 처음에 모금을 시작할 때 거부감을 느끼는 (베트남) 교민사회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왜 난민 문제에 신경을 쓰는지 트위터 캠페인이나 동영상으로 알리자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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