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2010년대 프로야구는 '삼성 왕조'가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개막 미디어 데이에서 각 팀 감독들은 "올해만큼은 삼성을 꼭 잡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도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는 삼성이 있다. 다른 팀들은 알고도 넘지 못하는 삼성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①조직력
류중일 삼성 감독은 프로 데뷔 첫 해인 1987년부터 올 시즌까지 29년간 오롯이 '삼성맨'으로 지내왔다. 누구보다 삼성을 잘 안다. 류 감독은 삼성이 강팀인 비결에 대해 "눈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평가했다.
탄탄한 조직력이 바탕이 돼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빠진 선수의 공백이 잘 느껴지지 않는 팀이지 않은가. 조직이 잘 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이 연달아 부상을 입으며 크고 작은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시즌을 치러내며 강팀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짜임새가 삼성이 지켜온 강팀의 비결이다.
류중일 감독은 "선배와 후배간의 조직력이나 위계 질서도 잘 정립돼 있다. 오래된 명문 구단의 조건이다"며 "프런트도 큰 변화가 없고, 코칭스태프도 거의 삼성 출신이다. 잘 잡혀온 틀을 그대로 유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②시스템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93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데뷔해 2010년 삼성에서 은퇴했다. 양 위원은 삼성에 대해 "가장 안정적인 팀이다. 시스템이 잘 유지되고 운영된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각자 포지션이 가장 확실한 팀이다. 양 위원은 "예를 들어 삼성은 필승조인 안지만을 꼭 이기는 경기에만 투입한다. 다른 팀의 경우 승리가 눈 앞에 보이면 무리하게 필승조를 투입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그 경기를 못 잡으면 과부하가 걸리면서 하락세를 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은 그런 무리한 운영을 하지 않는다. 큰 연승도 없지만 큰 연패도 없다. 안정적인 팀이다"고 덧붙였다.
긴 시즌을 치르며 그저 꾸준하게 제 길을 간다. 다른 팀들이 넘지 못하는 부분이다. 양 위원은 "선발, 중간, 마무리 등 각자의 포지션이 확실히 구분돼 있다. 자기가 맡은 역할에 따라 선수가 언제 나갈지 미리 알고 몸을 풀고 준비를 할 수 있다"며 "다른 팀들은 그게 안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은 이런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안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큰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③자신감
삼성 주장 박석민은 "경기 중 가끔 라인업을 보면 확실히 강하게 느껴진다. 쉬어갈 수 있는 타자가 없다. 투수들도 좋으니 많이 이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을 놓고 봐도 신인 구자욱부터 베테랑 이승엽까지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다.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정체되지 않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포수 이지영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가 않다"며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삼성에는 '약속의 8회'라는 '마법의 시간'이 있다. 7회까지 뒤지던 경기도 8회가 되면 집중타를 때려내며 단숨에 뒤집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언제든 경기를 승리로 끌고 올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얘기다. 상대팀으로선 경기 막판까지 이기고 있어도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말은 삼성 선수들이 인터뷰 중 가장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승리에 대한 기억은 또 다른 승리를 불러오는 자신감이 된다. 실력에 자신감까지 더해진 삼성은 쉽게 무너지지도 않는다. 류중일 감독은 "위기가 와도 선수들끼리 '한 번 해보자'하고 뭉치는 게 있다. 그러다 보니 위기에는 더 강하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팀이 위기다 싶으면 평상시와는 또 달라지는 것 같다. 선수들 각자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④최초•최다•최고
삼성은 지난 23일 kt전에서 박한이가 시즌 100안타를 때려내면서 올 시즌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타자가 10명이 됐다. 역대 최초 기록이다. 종전까진 한 팀에서 8명의 타자가 100안타를 때려낸 게 최다였다. 선발 라인업에 들어서는 타자 9명이 모두 100안타를 때려내고도 백업 선수까지 세 자릿 수 안타를 때려낼 만큼 막강한 전력을 꾸렸다는 얘기다.
올 시즌 삼성은 선발 전원 안타를 16번 기록했다. 종전 최다 기록인 1994년 LG의 10번을 크게 뛰어 넘었다. 24일까지 삼성의 팀 타율은 0.303. 이런 기세라면 지난해 세웠던 0.301의 역대 최고 팀 타율까지 다시 쓸 수 있다. 34개의 홀드를 올린 안지만은 2012년 박희수(SK)가 세운 시즌 최다 홀드와 타이를 이루고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결국 삼성이 최고의 자리를 지켜낸 데에는 실력이 뒷받침됐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역대 최초로 통합 4연패를 일궈낸 삼성은 또 다시 정규시즌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이 넘어야 할 벽은 삼성뿐이다.
사진=삼성 선수단.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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