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이번 시즌 전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선 사상 최대의 '돈 잔치'가 벌어졌다. 총 20명의 선수가 FA 계약을 하며 총액 기준 역대 최고인 720억6,000만원이 풀렸다. 어느덧 시즌 종착역을 앞둔 가운데 모범 FA와 몸값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이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고비용 고효율 '모범 FA'
삼성 윤성환과 두산 장원준은 나란히 잭팟을 터트렸다. 윤성환은 4년 80억원에 잔류했고, 장원준은 롯데를 떠나 4년 84억원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당시 몸값 거품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한 시즌을 돌이켜보면 이만한 거액을 쏟을 만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윤성환은 17승7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 중이다. 자신의 종전 최다승 기록(14승)을 이미 훌쩍 뛰어 넘었고, 역대 FA 투수 계약 첫 해 최다승 기록(종전 2000년 한화 송진우 13승)도 갈아치웠다. 장원준도 12승11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성공적인 안착을 했다. 보통 FA로 이적한 선발 투수는 부진한 사례가 많았는데 장원준은 새 둥지에서도 꾸준함을 자랑했다.
4년 65억원으로 불펜 투수 FA 최고액을 받은 삼성 안지만도 최고의 시즌을 예약했다. 24일 현재 34홀드로 2012년 SK 박희수가 세운 한 시즌 최다 홀드와 타이를 이뤘다. 남은 7경기에서 1개만 더하면 새 역사를 쓴다.
KIA 윤석민은 4년 90억원을 받고 미국에서 유턴해 마무리 투수로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시즌 성적은 1승6패 28세이브 평균자책점 3.19로 높은 몸값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팀 사정상 소방수를 맡은 공헌을 간과할 수 없다. 4년 50억원에 잔류한 LG 간판 타자 박용택은 리그 최초 4년 연속 150안타 고지를 밟는 등 타율 0.322, 16홈런 78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돈이 아까운 FA와 알짜 FA
SK는 FA 효과를 보지 못한 대표적인 팀이다. 최정과 김강민을 각각 4년 86억원, 56억원에 붙잡았지만 팀 타선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최정은 올 시즌 잇단 부상으로 고작 81경기에 뛰었다. 시범경기부터 무릎을 다쳐 뒤늦게 합류한 김강민은 폭 넓은 외야 수비는 여전했지만 부진한 타격이 아쉬웠다. 둘은 모두 규정 타석에 미달했고, 1군 등록일 145일도 못 채워 FA 재자격을 얻으려면 1년을 더 뛰어야 한다.
한화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마운드 보강을 위해 영입한 야심작 '55억 듀오'도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한화는 베테랑 투수 배영수를 3년 21억5,000만원, 송은범을 4년 34억원에 데려왔지만 헛돈을 쓴 모양새가 됐다. 배영수는 4승9패 1홀드 평균자책점 6.96, 송은범은 2승9패 1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7.48으로 초라한 성적을 냈다.
그나마 권혁은 예외로 볼 수 있다. 4년 32억원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설 정도로 모든 힘을 다 쏟은 탓에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7.16에 달하지만, 이는 권혁을 그렇게 쓴 코칭스태프의 책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9승13패 5홀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 중이다.
고개 숙인 이들과 달리 어깨를 당당히 편 '저비용 고효율' FA들도 있다. 한화 김경언은 3년 8억5,000만원의 '헐값'에 도장을 찍었으나 막상 뚜껑을 여니 타율 0.351, 16홈런 76타점으로 대형 FA 못지 않은 활약을 했다. 어느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kt 박경수 또한 타율 0.295, 21홈런 69타점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그가 LG를 떠나 kt와 계약할 때 조건은 4년 18억2,000만원이었다.
사진=삼성 윤성환.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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