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용택.
희망 없는 LG의 시즌 막바지를 지켜보는 팬들의 위안은 박용택(36)이다.
KBO리그 최초의 4년 연속 150안타, 14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에 이어 현역 최장이자 역대 두 번째인 7년 연속 3할 타율 등 값진 타격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 확실하다. 타격왕과 도루왕도 경험했고, 통산 타율 3할(0.303)도 찍었다. 타자로 웬만큼 이룰 건 다 이룬 박용택이기에 "팀 위에 개인은 없다"는 그의 비장함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화려한 개인 기록을 배제하고 팀에 꼭 필요한 상황과 결부시켜도 박용택의 활약상은 군계일학이다. 그는 24일 현재 득점권 타율 3할6푼1리로 시즌 타율(0.322)을 훨씬 상회하며 이 부문 전체 6위에 올라 있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3할 이상의 득점권 타율이다.
박용택의 진가는 득점권 중에서도 박빙의 열세 경기에서 돋보인다. 3점 차 이하로 뒤지고 있는 경기에서의 득점권 타율이 4할3푼8리(32타수 14안타 15타점)에 이른다. 이범호(0.481ㆍKIA)에 이어 전체 2위다. 게다가 경기 후반인 7~9회 득점권 타율도 4할6리(32타수 13안타 19타점)나 된다. 3점 차 이하로 앞서고 있는 경기의 득점권 타율(0.333)도 나쁘지 않지만 아슬아슬한 추격 경기일수록, 그리고 승부가 결정되는 경기 후반일수록 박용택은 더욱 고도의 집중력과 해결 능력을 발휘했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제반 조건을 살펴보면 박용택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우선 LG는 팀 타율 2할6푼6리로 KIA(0.251)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빈약한 타선 때문에 박용택 앞에 밥상이 차려질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득점권 타율 상위 10걸에 포함된 각 팀 중심타자(3~5번) 가운데 득점권 타석 수가 박용택(145타석)보다 적은 선수는 없다. 득점권 타율 1위 박석민(0.423ㆍ삼성)은 156타석에 들어섰으며 NC 나성범(0.357ㆍ214타석)과 한화 김태균(0.348ㆍ200타석)은 득점권에서만 200타석을 넘겼다. 삼성은 박해민과 구자욱, NC는 박민우와 김종호, 한화는 이용규와 정근우라는 걸출한 테이블세터를 보유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LG의 상위타선은 이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빈약한 수준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박용택이 톱타자를 맡기도 했다.
시즌 78타점으로 개인 한 시즌 최고 타점을 돌파한 박용택은 그럼에도"중심 타선으로 창피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만약 박용택이 득점권에서 200타석만 들어섰다면 산술적으로 108타점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다. 100타점 타자가 즐비한 올 시즌 박용택의 78타점이 과소평가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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