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6년 9월 25일, 스페인의 수학자 발명가 레오나르도 토레스 이 케베도(Leonardo Torres y Quevedo, 1852~1936)가 빌바오항에 모인 국왕을 비롯한 수많은 군중 앞에서 자신이 만든 ‘텔레키노(Telekino)’란 장치로 항구에 정박한 배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인류 최초의, 전자기파를 이용한 무선 리모컨이었다. 그의 시연은 마르코니에 앞서 무선통신을 개발한 미국인 니콜라 테슬라가 1893년 무선주파수 자극으로 가이슬러관에 불을 밝히는 시범을 보인 이래 두 번째 무선통신 시범이었다.
토레스는 1920년 아날로그식 전자계산기를 만들었고, 02년에는 조종이 가능한 비행선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프랑스 파리를 비행할 수 있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행선 계획은 11년부터 제작돼 1차 대전 중 다양한 작전에 활용됐다. 1914년 첫 선을 보인 그의 자동 체스기계는 인류 최초의 컴퓨터 게임기였다.
토레스의 대표작은 케이블카 즉 ‘케이블웨이(cableways)’였다. 첫 실험은 1887년 고향 모예도(Molledo)의 한 골짜기에서 이뤄졌는데, 의자를 매단 밧줄을 두 마리 소가 끄는 방식이었다. 그는 1890년 스위스에서 모터로 작동하는 승객용(화물용이 아닌) 케이블카를 시연했고, 1907년 최초의 상용 케이블카를 산세바스티안 몬테울리아에 건설했다. 스페인 구글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던 2012년 12월 25일 케이블카에 탄 그의 그림 두들(사진)을 선뵀다.
리모컨 얘기로 돌아가서, 당초 그는 미사일이나 어뢰 발사에 리모컨을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려 했으나 정부 예산을 타내지 못해 무산됐다. 리모컨의 편의성은 명령으로 움직이는 군대보다 이윤으로 움직이는 경제적 동기에 의해 발전했다. 첫 유선 리모컨 레이지본스(Lazy Bones, 1950), 가시광선을 이용한 유진 폴리의 ‘플래시매틱(1955)’과 초음파를 이용한 로버트 애들러(Robert Adler)의 ‘스페이스 커맨드(56)’는 모두 미국 가전업체 제니스사가 만든 TV리모컨이었다.
다만 40년대 나치는 가스실 밸브 스위치를 멀찍이 설치(개념적인 remote control)함으로써 병사들의 심적 동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활용했다. 그 발상과 기술은 이제 테러와 반테러 군사작전에 상시적으로 활용된다. 21세기 리모컨은 문명적 편의의 상징이자, 반문명의 상징적 타깃이 됐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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