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경찰도 바짝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특히 빈집털이 검거율 전국 최하위의 오명을 쓰고 있는 서울 시내 경찰서들은 지역 특색에 맞는 예방법 마련에 유독 분주한 모양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는 지난 22일부터 관할지역 내 다세대주택 건물 외부 가스 배관에 일명 ‘도둑고양이’라 불리는 특수형광물질을 바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빈집털이 절도범이 가스배관을 타고 2,3층 세대로 침입하는 사례가 빈번하자 범행과정에서 형광물질이 몸에 묻게 하기 위해서다. 이 특수형광물질은 특수안경을 써야만 보인다. 주변에 특수형광물질을 사용했다는 안내판을 설치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경고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강남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300여세대를 상대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빈집털이 범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올 추석 연휴를 맞아 대상을 2,500세대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수서서는 경보기 1,000개를 만들어 관내 대치동, 도곡동 일대 원룸이나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창문에 무료로 붙여주고 있다. 경보기를 부착한 창문이 1㎝가량 열리거나 혹은 떨어지면 ‘삐비빅’하는 경고음이 울리도록 돼 있다. 수서서는 이날까지 880개의 경보기를 주택가에 부착했다.
영등포서와 광진서 등 외국인밀집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는 순찰인원을 대폭 보강하고 순찰 횟수도 늘릴 예정이다. 추석 연휴 기간 영등포구 대림동, 광진구 자양동과 같은 속칭 ‘서울의 차이나타운’ 지역에는 전국에 흩어져 살던 재중동포 등 외국인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이다.
서울 경찰이 이처럼 자구책 수립에 골몰하는 이유는 빈집털이 검거율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청의 주거침입 절도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이 1만8,872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지만 검거율은 14.3%로 전국 최하위였다. 경찰 관계자는 “흔적을 좀체 남기지 않는 빈집털이 범죄는 폐쇄회로(CC)TV에 수사를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전 예방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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