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체 탓 요소수 탱크 공간 설계에도 어려움
미국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적발된 폭스바겐그룹의 디젤 차들은 모두 비용 절감을 위해 비싼 저감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배기량이 큰 2.0 TDI 엔진을 채택하는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요소수(요소 농도 30%인 물)를 이용한 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SCR)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점이 바로 배출가스를 조작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되는 고급 디젤 차들은 입자상물질을 걸러주는 매연정화장치(DPF)와 함께 배출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선택적 촉매 환원(SCR) 장치가 부착된다. 질소산화물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SCR 장치는 암모니아가 산화질소와 반응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 등으로 환원시키는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예전에는 트럭과 버스 등 대형 디젤 엔진 차에 주로 사용됐으나 강력한 디젤 엔진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 시대’로 넘어오면서 승용차에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고급 디젤 수입차들이 서너 달에 한번씩 요소수를 주입하는 것도 SCR 장치를 가동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에서 적발된 폭스바겐의 골프ㆍ제타ㆍ비틀, 아우디의 A3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싼 SCR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장치를 사용하면 배기가스 배출은 줄겠지만 가격이 올라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제성을 추구하는 소형차들에 고가 장치를 적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형차의 크기 한계 때문에 SCR 장치를 사용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SCR 장치는 요소수 저장탱크가 필요한데 문제가 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들은 차체가 작아서 이를 설치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판매를 늘리려고 가격을 낮추면서 SCR을 제외하면서 배출가스 조작이라는 무리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우디의 경우 같은 2.0 TDI 엔진을 쓰는 A4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5는 요소수 탱크가 있지만 배출가스 조작으로 적발된 A3는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요소수 탱크를 차에 넣기 위해 설계부터 다시 하려면 제작비가 올라가 시장 경쟁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요소수를 쓰지 않다보니 배출가스 양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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