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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상 최초로 미 의회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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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사상 최초로 미 의회서 연설

입력
2015.09.2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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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왼쪽) 부통령과 존 보너 하원의장이 뒤 의장석에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게티이미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미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상원의장인 조 바이든(왼쪽) 부통령과 존 보너 하원의장이 뒤 의장석에서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게티이미지

방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 교황으로는 사상 최초로 미 의회에서 연설했다.

교황은 강력한 종교적ㆍ도덕적 권위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낙태, 이민문제 등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개진하면서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이들 이슈가 2016년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인 만큼 민주ㆍ공화당은 물론이고 주요 후보 진영이 교황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와 CNN, 의회전문지 ‘더 힐’ 등 미국 언론은 이날 교황의 상ㆍ하원 합동 연설과 전날 백악관 환영행사 발언 등을 분석한 뒤, “교황이 미국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오전 10시 무렵 시작한 미 의회 합동연설에서 미 정치권이 보수ㆍ진보로 나뉘어 대립 중인 현안에 대해 전세계 12억 신자를 대표하는 가톨릭계 수장으로서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종교도 개인적 망상이나 이데올로기적 극단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우리는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과 싸우기 위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을 버리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용기있게 행동에 나서야 하며 ▦전세계에서 사형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등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설득력을 높이려는 듯 에이브러햄 링컨, 마르틴 루터 킹, 로버트 머튼, 도로시 데이 등 미국 사회의 진전을 이뤄낸 역사적 인물들을 예시하는 방법을 연설을 이끌었다. 미 언론은 ‘민자에 대한 잣대가 미래가 우리를 평가할 잣대’, ‘작은 지혜를 모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자’등 교황 발언이 매우 감동적이었으나, 정파 별로 반응이 달랐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민자와 기후변화에 대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낸 반면, 공화당 의원 등은 마지 못해 한 두 번 박수를 치거나 애써 외면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의사당 서쪽 잔디광장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모여든 수 만 여명 시민이 전광판을 통해 교황의 연설을 지켜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에도 보수ㆍ진보를 망라하는 행보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구상을 제안한 사실이 고무적”이라는 교황의 백악관 환영식 발언을 소개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낙태 동성결혼 종교자유 등에서 확고하게 보수 성향을 보인 교황은 이날 저녁 ‘빈자들의 작은 수녀회’를 방문, 공화당 진영에도 작은 승리를 안겼다. 이 수녀회는 낙태를 용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안별로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교황이 전반적으로 민주당 성향을 보이면서 미 정치권과 각 대선 후보진영은 향후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일단 순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교황이 집전한 미사에도 참석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일부에서는 정치인처럼 나선다고 하지만, 교황의 주장은 정치보다 크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8월 자본주의 탐욕을 경고했을 때, ‘교황을 만나면 이슬람국가(IS)가 당신을 노린다고 겁을 주겠다’고 말했던 트럼프마저 이번에는 낮은 자세를 보였다. CNN에 따르면 강하게 비난하는 대신 “이민자와 기후변화 문제에서는 교황이 옳은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보수 진영 일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4일자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종교ㆍ정치가 결합하면 안된다’는 비판 광고가 게재되는가 하면, 폴 고사(공화ㆍ애리조나) 하원의원은 “교황이 좌파 정치인처럼 행동한다”며 의회 연설에 불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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