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이어 경주에너지박물관도… 기재부 반대·기관 재배치 시도 탓
한수원 "경주시와 대안사업 모색"
동경주 주민들 "오락가락 행정 화근"
행정불신 자초… 타 국책사업 악영향
한국수력원자력의 자립형 사립고, 에너지박물관.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모두 경주에 건립키로 했던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이 사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잇따라 무산됐다. 원전과 방폐장이 있는 동경주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물론 영덕원전 등 다른 대형 국책사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설립 무산설이 나돌던 자사고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불허로 무산이 확정됐다. 기재부는 자사고가 한수원의 목적사업이 아닌데다 학생수가 점차적으로 줄고 있고, 정부의 일반고 교육역량강화와 자사고 축소 방침에 어긋난다는 게 그 이유다.
또 동경주 지역에 건립키로 한 에너지박물관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 최근 경주를 방문한 조석 한수원 사장은 경주시와 협의해 자사고와 함께 에너지박물관 대안으로 다른 사업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에너지박물관은 2006년 한수원이 2,000억원을 들여 동경주지역에 건립키로 했으나 최양식 경주시장이 2010년 도심재배치를 제기하면서 차질을 빚어왔다. 결국 한수원도 최 시장의 입장에 동조해 대안사업 추진을 밝힘에 따라 완전 무산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양북면 일대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2,000억 규모의 에너지박물관 대안사업 수립에 양북면 주민들을 제외함에 따라 이들이 극단적으로 반발할 경우 대안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방폐물 반입 등에 키를 쥐고 있는 동경주 주민들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북 지역 주민들은 “최 시장이 한수원 본사 도심이전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에너지박물관까지 건드리는 바람에 일이 털어졌다”며 “에너지박물관은 2009년 말 국회의원, 시장, 시의장, 한수원사장 등이 양북면에 건설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이를 번복하는 것은 사기”라고 반발했다.
자사고는 중앙정부의 반대로, 에너지박물관은 경주시의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사실상 무산되면서 영덕 등 신규원전 건설과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영덕지역 주민들이 11월11일 자체적으로 천지원전(영덕원전) 건설 반대를 위한 주민투표에 나서게 된 것도 정부가 각종 당근책을 제시했다가 구체적인 실천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들은 “행정은 예측가능성 등 신뢰가 우선”이라며 “급할 때는 요구하지 않은 것도 다 해 줄듯이 하다가 막상 한 고비를 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외면하는 일이 반복되면 앞으로 주민수용성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사업은 단 한 건도 추진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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