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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불똥'…디젤 차량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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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불똥'…디젤 차량 저무나

입력
2015.09.2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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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솔트 레이크 시티에 위치한 폭스바겐 대리점. 울타리 뒤로 디젤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디젤 차량의 악몽이 시작됐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이 디젤 차량 전반에 불신을 몰고 왔다. 배출가스 조작이 차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는 주장과 함께 업체 간 담합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벤츠ㆍBMW 등 독일 브랜드들은 유탄을 피하기 위해 바짝 엎드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앞다퉈 디젤 차량 규제 강화에 나섰다. 입지를 위협받고 있는 디젤 차량은 차세대 친환경차 경쟁에서도 뒤처질 운명에 놓였다.

● 무늬뿐인 '클린디젤'…디젤 차량 전체 불신으로 이어져

차 업계의 화두는 친환경과 연비다. 친환경에 대해, 그동안 일본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HEV)에 집중한 반면 유럽 브랜드들은 디젤엔진을 내세웠다. 고효율인데다, 환경에 치명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적어 청정 엔진으로 손색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양상은 유럽의 디젤이 우세했다.

하지만 후처리장치에서 문제가 터졌다.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오히려 디젤 엔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디젤 차량은 이를 줄이는 기술과 장치가 필수적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은 완벽한 후처리 기술로 '클린 디젤'을 만들었다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꼼수'였다. 특히 1급 발암물질에 속하는 질소산화물이 미국환경기준보다 40배나 됐다.

디젤 장점인 연비효율성도 의심받고 있다. 배출가스를 잘 빼내야 연비가 좋아진다.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친환경을 포기하고 연비를 내세웠다. 속임수로 배출가스를 잘 빼내 연비효율에서 이득을 봤다. 이러니 "규정대로 했다면 연비가 떨어졌을 것이다"는 소비자들의 의심이 팽배하다.

● 탄력 받는 디젤 규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힘을 실어주듯, 뉴욕타임스는 배출가스 검사 시 데이터 조작이 자동차 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수십 년 된 관행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1970년대 이후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포드, 크라이슬러 등도 다양한 방법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해 벌금을 물었다.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비단 폭스바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검사 과정에서 담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젤 차량은 유럽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판매가 하락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2000년 32.8%에서 2011년 56.1%까지 올라갔다가 2012년 55.6%, 2013년 53.8%, 2014년 53.6%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환경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며 배출가스 규제가 점차 강화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파리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2020년에 구형 디젤차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이번 사태로 유럽 각국에서 디젤 차량 규제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CEO는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대안적 친환경차 도입 앞당겨

국내에서 디젤 차량의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올 상반기 판매 차량 중 70%가 디젤 차량이다. 그러나 점차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의심 차량은 국내에 약 15만대 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리콜 조치가 시작되고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고 나아가 디젤 차량에 대한 거부감으로 수요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력한 규제를 충족하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개발보다 다른 친환경차 개발에 힘을 쏟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 저감장치 개발 비용이 차 값에 전가 되면 소비자도 부담이다. 가격에 민감한 중ㆍ저가 차량의 경우 더 그렇다.

폭스바겐 사태로 차세대 친환경차 경쟁에서 디젤 차량이 뒤처지게 됐다. 대신 하이브리드 등 대안적 친환경차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

김 교수는 "유럽은 물론 한국에서 디젤에 대한 반감으로 순수 전기차(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대안적 친환경차 도입 시기가 한층 앞당겨질 수 있다"며 "미래 자동차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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