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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美기업, 中서 큰 이익" 기세에 美 재계 거물들 "…"

입력
2015.09.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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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기업, 美서 일자리 창출" 목청

美 업계 불만·공격 선제 차단

좌담회 참석한 대기업 경영진

해킹·知財權 항의도 못한채 묵묵

美 언론들은 '中 해킹' 날세워

시진핑(뒷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미국 시애틀에서 미중 기업가 30여명과 좌담회를 갖고 있다. 인민망
시진핑(뒷줄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미국 시애틀에서 미중 기업가 30여명과 좌담회를 갖고 있다. 인민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재계 거물들을 모아 놓고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중국의 해킹과 규제에 불만이 많았던 미국 기업들은 잔뜩 긴장한 채 할 말도 못하고 듣기만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중 기업 좌담회에 참석 “미국 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이 중국의 발전에 기여했지만 미국 기업들도 풍성한 이익과 보답을 얻으며 미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중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크게 증가하며 미국을 위해 많은 일자리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이윤과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부각시킨 것은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불만과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와 기업은 최근 중국측의 사이버 해킹과 지적 재산권 침해로 피해가 점점 늘어나면서 시 주석 방미 때 이에 대한 시정을 강력히 요구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 기업들에게는 협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동안 중국에선 큰 이익을 거두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 당국이 기록적 벌금을 부과하거나 관영 매체들이 마녀 사냥식 집중 공격을 퍼 붓는 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퀄컴은 올 2월 중국에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60억8,800만위안(약 1조2,5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고, 2013년엔 애플이 서비스 문제로 중국 언론의 표적이 된 뒤 결국 공식 사과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찾아 해리 셤(앞줄 오른쪽) 기술연구 부문 부사장으로부터 증강현실 장치 '홀로렌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레드몬드=AP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 주석이 23일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찾아 해리 셤(앞줄 오른쪽) 기술연구 부문 부사장으로부터 증강현실 장치 '홀로렌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레드몬드=AP 연합뉴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애플의 팀 쿡,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IBM, 아마존, 스타벅스, 시스코, 하얏트, 펩시, 월마트, 포드자동차 등 미국의 대표기업 경영진은 시 주석의 연설을 잠자코 듣고 있어야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초 좌담회에 초청받은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가 미국 기업들의 불만과 고충을 중국 최고 지도자에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좌담회는 시 주석의 ‘강의’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인들에게는 아예 발언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 중국 당국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고 있는 기업들 대표는 좌담회에 불참했다.

물론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이 대외 개방 정도는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개방형 경제체제를 구축, 외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지식 재산권 보호도 강화하겠다”는 긍정적 발언도 내놓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시 주석은 24일 시애틀을 떠나 워싱턴으로 향했다. 한편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잇달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해킹 방조 의혹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미중 관계에 있어 중국 인권 문제와 함께 접점을 좁히지 못하는 난제 중 하나인 ‘사이버 안보’문제를 미국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23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일제히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에서 연방정부 직원 560만명의 지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보도하며 중국 정부가 해커 집단의 배후에 있으면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비록 현재로선 유출된 지문정보들이 부당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점차 지문을 통한 보안이 널리 통용됨에 따라 위험도는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WP도 “중국이 해커들을 동원해 미국인들의 지문정보를 빼돌려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는 정황이 도처에서 발견된다”라며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국의 사이버공격에 대응조차 하지 않고 있다”지적했다. 이어 사설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사이버보안을 침해하는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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